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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영원한 승자는 없다

[기자석]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지난 주 e스포츠 업계는 깜짝 놀랄 일을 몇 차례 겪었다. '피미르 사태'처럼 놀라움의 수위가 높지는 않았지만 최강자에 대한 반란 또는 쿠데타와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새로운 즐거움과 떨림을 경험했다.

기선을 제압하는 대형 사고를 터뜨린 팀은 KT 롤스터 애로우즈였다. 29일 열린 핫식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스프링 16강 A조 경기에서 KT 애로우즈는 한국 최강이자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SK텔레콤 T1 K를 2대0으로 완파하며 8강 진출을 달성했다.

SK텔레콤 T1 K가 어떤 팀인가. 2013년 올림푸스 롤챔스 스프링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3위를 달성하며 시드를 배정받았고 핫식스 롤챔스 서머에서는 결승에 진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면서 첫 우승까지 달성했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한 SK텔레콤 K는 내로라하는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면서 우승을 달성, 10여 억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한국으로 복귀한 뒤에도 꾸준한 기량을 발휘했고 판도라TV 롤챔스 윈터 시즌에서는 16강부터 우승까지 한 세트도 잃지 않으며 무실 세트 우승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세웠다.

SK텔레콤 K는 16강 첫 경기에서 형제팀인 SK텔레콤 S에게 한 세트를 빼앗기긴 했지만 프라임 옵티먼스를 완파하면서 여전한 기량을 보여준 바 있다. 건재함을 과시했기에 SK텔레콤 K가 KT 애로우즈에게 0대2로 완패한 것은 분명히 충격적이다.

SK텔레콤 K의 패배는 방심이 부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롤챔스 스프링과 롤마스터즈 내내 호흡을 맞춘 서포터인 '캐스퍼' 권지민을 출전시키지 않고 지병으로 인해 2개월 간 쉬었던 '푸만두' 이정현을 내놓으면서 방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이정현이 아무리 뛰어난 서포터이기는 하지만 1개월 가량 공식전을 쉬었다는 점과 탈락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경기에 내놓았다는 점은 분명 불안 요소였다. 그리고 불안감은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 되면서 SK텔레콤 K는 8강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또 하나의 쿠데타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서 일어났다. 누가 봐도 전력의 열세라고 평가되던 MVP가 KT 롤스터를 4대0으로 완파하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넣은 것. 이변의 주인공은 MVP의 프로토스 중고 신예 김도경이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이변의 주인공 MVP 김도경.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이변의 주인공 MVP 김도경.

그동안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머리 수를 채우기 위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도경은 지난 30일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2라운드 준플레이오프에서 김대엽, 주성욱, 전태양, 이영호를 차례로 무너뜨리면서 올킬을 달성, 4대0 완승의 주인공이 됐다.

김도경의 쿠데타는 경기 방식이 만들어낸 이변일 수도 있다. 승자연전방식에서 1, 2세트를 따낸 팀의 선수는 이미 손이 풀려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되기 때문에 새로이 경기석에 들어서는 선수들보다 물리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뒤에 들어오는 상대 팀 선수들은 올킬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에 김도경이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객관적인 데이터상 도저히 MVP에게 덜미를 잡힐 것 같지 않았던 KT는 김도경의 원맨쇼를 끊지 못했고 결국 완패를 당했다.

SK텔레콤 T1 K와 KT 롤스터의 공통점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스포츠의 격언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두 팀 모두 이전 시즌의 우승자였다. 롤챔스 윈터 시즌과 프로리그 1라운드에서 우승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팀이었지만 지금은 명성에 금이 갔다.

하지만 SK텔레콤 T1 K와 KT 롤스터에게 이번 수모는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T1 K는 시즌4 월드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확률이 여전히 높은 팀이고 KT 롤스터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의 최종 결승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낮은 단계에서 얻은 교훈을 중요한 고비에서 잊지 않는 자가 스포츠에서 진정한 강자다.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교훈을 새기길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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