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어떤 개인리그도 하부리그와 본선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열린 적은 없었다. 매번 결승전이라는 축제를 팬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장소라고 해도 스튜디오보다는 큰 곳을 대관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어떤 이유에서건 스튜디오에서 결승전을 치르겠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스튜디오 결승전 현장은 마치 10년은 퇴보한 느낌이었다.
곰exp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적인 이유에서 곰exp에서 결승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한 게임단은 진지하게 "만약 사정을 말했으면 회사가 보유한 장소를 대관해 줬을 것"이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즉 곰exp는 다른 장소를 찾아보려는 열정 조차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곰exp보다 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블리자드다. 자신들이 출시한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가 퇴보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블리자드의 행보에 분노하는 팬들도 많다. 라이엇의 경우 어떤 대회가 열리게 되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블리자드는 e스포츠 역사를 10년이나 퇴보 시킨 곰TV의 이번 스튜디오 결승전 개최 결정에 대해 이의만 제기했을 뿐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가장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던 결승전이었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게임단들은 응원도구를 준비해 놓고 깃발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선수들은 "우리가 인기가 없어서 결승전 장소를 빌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마음 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과연 블리자드가 예측하지 못했을까. 만약 라이엇이었다면 절대 리그 자체가 퇴보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이의를 제기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를 어떻게든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블리자드가 조금만 더 열정이 있었다면 대회 결승전을 위해 어느 정도는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게임단에 물어보고 의논만 했어도 곰exp 스튜디오에서 결승전이 펼쳐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장소가 곰exp로 결정된 것은 블리자드의 리그에 대한 열정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결과다.
이미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이 속한 팀의 동료들, 관계자들, 가족들만으로도 앉는 자리가 거의 다 차버린 상황에서 얼마나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겠는가.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현장을 찾은 블리자드 관계자는 이를 못들은 척 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곰exp에 돌리려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참 무책임한 행동이다.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이번 결승전으로 '망해가는 게임'이 돼버렸다. 10년 동안 지켜온 개인리그의 위엄도 땅에 떨어졌다. 블리자드는 언제까지 계속 방관자 입장에서 이렇게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때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블리자드 요청에 의해 기사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