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항상 대기실에 가면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게임단도 지난 주에는 조용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에서 이겨도 세리머니나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서도 선수들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고 난 뒤 적절하지 못한 처신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건들이 많았기에 e스포츠에도 혹시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부산 롯데 자이언츠는 사건 당일 ‘뱃놀이’ 응원가를 불러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고 국회의원들 역시 트위터에 공분을 살만한 글을 올려 비판을 받기도 했죠.
그러나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은 달랐습니다. 하나같이 승리 후 인터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IM 홍덕은 “나도 작년까지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연습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며 진심 어린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프로게이머들의 의식 수준이 낮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됐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중퇴한 선수들도 많아 사회 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아야 했죠.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프로게이머들의 대처는 다른 분야의 어떤 사람들보다 뛰어났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한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세월호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프로게이머들과 게임단 그리고 e스포츠 종사자들의 모든 바람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도해 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