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bbe Sebastie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강민수가 친구 신청을 받아주자 "혹시 조작경기 1경기만 해주실 수 있으세요? 1경기당 200만원 드릴 수 있습니다"라며 강민수에게 승부 조작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강민수는 곧바로 "차단할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 사람은 "어차피 볼틱스에게 지시잖아요. 조작해서 200 받는 게 낫지 않나요"라며 강민수에게 집요하게 승부 조작을 권했다. 강민수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주변 사람들은 강민수에게 "곧바로 신고하라"며 조언했다(◆관련기사삼성 강민수 "페북으로 승부조작 요청 받았다" 공개 '충격').
한국e스포츠협회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최근 들어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이하 SNS)을 통해 프로게이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승부 조작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이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개설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팬으로 위장해 팔로워로 등록하거나 친구를 맺으면서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 승부 조작의 유혹을 펼치고 있는 것.
'Lebbe Sebastien'이라는 아이디를 쓰면서 강민수에게 접근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Lebbe Sebastien'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프로게이머의 이름이다. '파이어케이크(FireCake)'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선수는 해외 e스포츠 리그를 챙겨보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프랑스에서 열린 밀레니엄 대회에 나선 적이 있는 강민수에게 'Lebbe Sebastien'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면 프랑스인 프로게이머이니까 친구 추가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즉 승부 조작 권유를 노리고 100% 의도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2010년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에 갔을 때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승부 조작을 권유 받았다"고 사건의 전황을 설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프로게이머와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브로커 역할을 했고 몇 차례 만남을 가진 이후 승부 조작을 하라는 압박이 들어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얼굴 없는' 유혹의 손길이 온라인 상으로 뻗쳐 오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유명인의 이름을 도용해서 SNS 계정을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인터넷 또는 SNS와 가까이 지내야 하기에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일일이 대응하기에도 벅찰 정도라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SNS를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4년 '클린 e스포츠'를 추구하겠다며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와 손잡고 불법적인 사행성 행위를 근절시키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선수들이 SNS를 통해 승부 조작의 유혹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협회가 클린 e스포츠를 실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설 시점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