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에서는 CJ 엔투스 김정우가 최고의 화제를 만들어냈다. 준플레이오프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대결에서 김정우는 7세트에 출전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정규 시즌에서 1승8패, 7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김정우가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지만 김정우는 진에어의 에이스 조성주를 제압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김정우는 KT의 이영호, 전태양을 연파하면서 이변의 연속을 만들어냈다. 비록 결승전에서 선봉으로 나왔다가 패했지만 김정우의 활약은 CJ 엔투스가 라운드 결승까지 올라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송병구와 김정우의 공통점은 상당히 많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2005년 데뷔한 송병구는 준우승만 수 차례 차지하면서 '콩라인'으로 불렸지만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정명훈을 제압하고 우승하면서 첫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우는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1에서 이영호를 잡아내고 스타1 개인리그 우승 경험이 있다. 4번의 재경기 끝에 16강을 통과한 김정우는 내로라 하는 강호들을 연파했고 이영호라는 당대 최고의 테란을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무너뜨리며 우승했다.
개인리그 우승 이후 송병구와 김정우는 팀을 단체전 우승으로 이끌며 간판 스타로 부상했다. 이어진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삼성과 CJ의 대들보는 누가 뭐라 해도 송병구와 김정우였다.
팀의 핵심이었지만 송병구와 김정우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넘어 오면서 힘이 빠졌다. 워낙 스타1을 오래했기에 스타2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송병구와 김정우는 전문가들로부터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송병구는 2013 시즌과 2014 시즌 초반까지 프로리그에서 13연패를 달리면서 '송필패'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고 김정우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시즌 정규 시즌 7연패를 당했다.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지만 송병구와 김정우는 부활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개인리그 예선을 통해 살아날 여지를 보여준 송병구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동시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정우 또한 3라운드에서 두문불출하면서 개인 기량을 끌어 올리는데 힘을 썼고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을 통해 테란 3대장을 모두 잡아낼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송병구와 김정우의 부활은 스타1 팬들의 시선을 스타2로 끌어 오는 효과를 발휘했다. 두 선수의 승리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직도 스타2를 하는 줄 몰랐다. 반가운 이름이 있어 클릭해보니 아직 살아있네'라는 글이 주류를 이뤘다.
스타1과 스타2의 팬층은 다르다. 서로를 '스1꼴'과 '스2충'이라 부르며 다투는 글도 자주 보인다. 이 두 팬층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올드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다. 프로리그를 통해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팀을 위한 1승을 챙겨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e스포츠 프로게이머에게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야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 40대 초반과 마찬가지다. 은퇴하라는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한 나이이지만 송병구와 김정우의 활약은 여전히 '잉걸불'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맥아더 장군의 말은 송병구와 김정우에게는 이렇게 바뀌어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 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