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영호가 프로리그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최강으로 불렸던 탓에 이영호가 겪어야 할 시련은 너무나 혹독했습니다. 겨우 두 번 연속 패했을 뿐인데 이영호는 ‘부진’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6승2패만 해도 ‘못하는 선수’로 치부됩니다. 스타1과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는 완전히 다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영호를 대하는 팬들이나 전문가들의 잣대는 너무나 가혹하기만 합니다.
이영호의 고뇌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프로지만 아직은 20대 초반의 청년인 이영호 입장에서는 두 번만 져도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기에는 감정적으로 벅찰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영호를 평가하는 잣대만 점점 높아지는 현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고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거늘 이영호에게는 계속되는 비난만 쏟아지는 탓에 게임할 의욕이 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계속 이겨야 하고 개인리그는 무조건 우승해야 그나마 밥 값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영호에게 팬들과 전문가들의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왔죠.
그러나 이영호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자신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최고의 선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기대감을 이제는 거부하지 않고 즐기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에 대해 순간 ‘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영호는 고민을 마쳤고 이제는 팬들이 바라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억울해 하지도, 분해 하지도 않고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낸다면 언젠가는 스타1 때처럼 최강 자리에 올라있을 것입니다.
온갖 추측과 비난 속에서도 스스로 갈 길을 묵묵하게 걸어갈 이영호의 행보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비난과 고통을 감수할 수 있도록 팬들은 더 많은 응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