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논리는 그러할지 몰라도 막상 여러 번 준우승을 해 '콩라인'에 가입한 선수들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전무후무한 3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어윤수도 그런 마음이었나 봅니다. 어윤수는 결승전 직후 트위터에 "7년 동안 감사했다"는 은퇴 시사 발언을 하며 팬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어윤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 되기도 합니다. 세 번 연속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절대 강자가 없는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지표임에도 우승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스스로 자괴감이 들만한 일일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우승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겠죠. 만약 기자가 같은 처지에 놓인다 하더라도 당장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놓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9일 프로리그에서 승리한 뒤 어윤수와 승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그냥 있다가 사라지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준우승을 세 번이나 했지만 자신이 은퇴한다 해도 아무런 반향도 없이 그저 그런 선수로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댓글에서 보듯 어윤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그동안 숨어있었을 뿐 엄청나게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윤수 본인도 놀랄 정도로 팬들은 어윤수의 업적에 대해 인정하고 은퇴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어윤수를 붙잡고 싶습니다. 당장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은퇴를 결심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잠깐의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휴식을 취하면서 미래를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 연속 결승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어윤수는 이미 저그 원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업적을 쌓았습니다. 그런 선수를 이대로 보내는 것은 e스포츠의 큰 손실이라 생각합니다.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댓글이 어윤수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바라봅니다.
지금의 시련을 아직까지 도전할 수 있는 목표가 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 멋진 프로게이머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어윤수! 파이팅!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