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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든리그 오심 논란, 쟁점은?

서든리그 오심 논란, 쟁점은?
서든어택 챔피언스리그가 전무후무한 오심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곰exp에서 열린 넥슨 서든어택 6차 챔피언스리그 여성부 4강 크레이지포유와 퍼스트제너레이션 경기에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심판과 선수들에게 경기 진행을 강요한 주최측의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정에 의거한 것이 아닌 주최측 주장대로 리그가 이어졌고 크레이지포유는 억울한 상황에서 경기를 속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경기를 주관한 넥슨GT와 곰exp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회 운영진, 과연 규정 숙지했나
이번 논란의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심판이다. 퍼스트제너레이션 진영에 있던 이준호 심판은 우시은의 컴퓨터에서 랙 현상을 발견한 뒤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퍼스트제너레이션 조민원이 움직인 상황에서 폭탄을 맞아 사망했기 때문에 해당 라운드에 대해 그대로 결과를 인정하거나 재경기를 펼친다 하더라도 조민원이 아웃된 상황에서 4대5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이같은 판정의 근거는 여러 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송경기 규정 제9조 2항 핑 불균등에 나와 있는 내용을 확인해 보면 '경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서버 핑에 대한 항의를 할 수 없다'며 '단 전체적인 핑 이상일 경우 심판의 판단 하에 서버 점검 후 재경기가 펼쳐진다'고 명시돼 있다.

즉 퍼스트제너레이션의 경우 처음에는 우시은 한 명만 지연 현상이 발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핑'으로 판단할 수 없다. 퍼스트제너레이션이 9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경기 중단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라운드 도중 경기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에 '경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서버 핑에 대한 항의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해당 라운드는 크레이지포유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심판은 이러한 규정을 알지 못했고 크레이지포유에게 "4라운드 초반 퍼스트제너레이션 선수가 랙이 발생한 상황에서 경기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경기 중단을 요청했으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해 경기가 흘러갔고 이로 인해 재경기가 불가피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이지포유는 심판진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규정에는 분명 경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서버 핑에 대한 항의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해당 라운드에 생긴 핑은 퍼스트제너레이션 선수 두 명에게만 발생한 핑이지 전체적인 핑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대로 해당 라운드는 인정하고 10라운드를 재경기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크레이지포유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심판이 만약 규정을 숙지하고 있었다면 선수들에게 "규정에는 경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서버 핑에 대한 항의는 할 수 없지만 두 명이나 핑이 발생해 이는 전체적인 핑 이상이라고 판단해 재경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규정에 의거한 판정이었기 때문에 크레이지포유 역시 이 같은 판정에 대해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지연된 한 시간 동안 심판을 비롯한 대회 운영진들은 선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묻고 의견을 조율하는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한 명만이라도 규정을 확인하고 규정대로 판정을 내렸다면 문제되지 않았을 상황이었지만 경기가 지연되는 동안 규정에 의거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대회 운영진은 경기가 끝난 후 "경기 규칙에 따라 전체적인 핑 이상이라 판단해 해당 라운드를 재경기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이마저도 석연치 않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사람도 선수들에게 규정을 예로 들어 설명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회 운영진은 "규정대로 따르면 9라운드는 재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는 현장 관계자의 의견을 접한 뒤에야 규정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대회 운영진이 규정대로 판정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또한 이미 규정에 '전체적인 핑 이상'일 경우에만 재경기를 한다고 명시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두 명에게서 핑이 발생한 것은 전체 핑 이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도 문제가 있다.

규정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과의 약속이다. 농구에서 ‘공을 가지고 세 발자국 이상 드리블 없이 발을 떼면 워킹으로 판정해 공격권은 상대에게 넘어간다’는 룰이 있다면 이는 자의적으로 해석할 사항이 아니다.

◆교전 전/후 룰은 경기 중 드롭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번 판정에 가장 큰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두 명이 핑 문제로 경기가 지속되지 못할 경우 이를 단순히 핑 이상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서버 다운 등의 이유로 경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로 봐야 하는 것인지의 여부다.

대부분의 FPS 대회에서는 교전 전/후 룰이 적용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문제로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고 이로 인해 서로의 주장만 하다 경기가 지연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FPS 게임으로 진행되는 리그에서는 대부분 교전 전인지 후인지를 판단한 뒤 교전 전이라면 재경기, 교전 후라면 해당 라운드 결과는 유효로 처리된다.

9조 2항 '경기 중 드롭된 경우' 규정만 봐도 명확하게 설명돼 있다. 그러나 주최측은 "이 룰은 드롭됐을 경우 적용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이번 상황은 해당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번 논란은 9조 2항 '핑 불균등'에만 의거해 판정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규정에 의해서도 재경기는 성립되지 않지만 말이다.

만약 대회 운영진이 '규정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면 '경기 중 드롭된 경우' 밑에 적혀 있는 '만일 의도하지 않은 상황 등의 이유로 경기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할 시'라는 표현에 더 주목했어야 한다. 이번 경우는 '전체적인 핑 이상'이 아니었고 그렇다면 '의도하지 않은 상황 등의 이유로 경기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할 시'가 이번 사태를 더 잘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상황은 이미 퍼스트제너레이션 조민원이 움직인 상황에서 폭탄에 맞아 사망한 경우이기 때문에 교전 후라고 인정돼 해당 라운드를 크레이지포유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 대회 운영진이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합의 하에 무승부? 합의는 없었다
대회 운영진은 선수들의 합의 하에 1세트를 무승부로 결론을 내린 뒤 맵 하나를 더 선택해 다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선수들이 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진이 선수들에게 "1세트를 무승부로 해서 한 세트를 더 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경기를 끝낼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며 선수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경기가 한 시간 동안 지연된 것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던 대회 운영진들의 실책이 크다. 선수들은 룰에 맞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고 대회 운영진들이 규정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지 않아 크레이지포유 박정연이 계속 경기를 거부한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이번 경기 중단 사태의 원인은 크레이지포유가 아니라 퍼스트제너레이션에게 있다. 만약 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랙이 있었다면 보이스 채팅을 통해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린 뒤 움직이지 말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고 조민원이 움직이면서 경기가 속행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 명이 움직여 경기가 속행됐다면 퍼스트제너레이션은 해당 라운드에 대한 결과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이 맞다. 이는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선수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대회 운영진은 경기 중단 사태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4대4 상황에서 경기를 속개할 것을 선수들에게 강요했고 나중에는 "생방송 중에 이렇게 경기를 지연시키면 안 된다"며 "10초를 줄 테니 1세트를 무승부로 하고 다시 세 세트를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경기를 끝낼 것인지 결정하라"고 강압적으로 말한 뒤 10부터 숫자를 세며 카운트를 했다. 선수들은 "동료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리더가 10초 안에 결정하라"며 계속 선수들을 압박했다.

이미 경기가 1시간이나 지연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느낀 압박감은 상당했다. 결국 대회 운영진이 3까지 셌을 때 선수들은 마지못해 "그러면 맵은 어떻게 뽑아야 하냐"고 말했다. 아무리 말해도 자신들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포자기한 것이다.

원만한 합의 하에 선수들이 1세트를 무승부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진들의 강압에 못 이겨 경기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운영진들은 "상황이 급박해 목소리가 커져 그렇게 비춰졌을지 모르겠지만 두 팀 합의 하에 진행된 것이 맞다"는 의견만 고수하고 있다.

◆대회 운영진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모든 e스포츠 종목은 스포츠화를 꿈꾸며 리그를 진행한다.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스포츠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선수들은 프로였고 대회 운영진들은 선수들에게 무승부를 강요한 '갑'에 불과했다.

리그를 주최하는 사람이 규정을 정해 놓고 선수들에게 배포까지 한 상황에서 주최자들의 뜻대로, 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선수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일은 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든어택 리그에서 발생한 적이 없는 촌극이다.

만약 주최측이 크레이지포유 선수들에게 규정 숙지 미숙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규정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회 운영진들 가운데 누구도 크레이지포유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사과하지도 않았다.

크레이지포유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려 했다. 그러나 팬들이 1,000 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크레이지포유의 출전을 응원했고 팬들의 목소리를 저버리지 못한 크레이지포유는 의기투합해 다시 대회에 출전했다. 그들은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프로였다. 이번 사태로 크레이지포유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에 실망해 3, 4위전을 보이콧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팬들은 대회 운영진의 이 같은 결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팀에 무승부를 강요한 대회 운영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규정을 지키건 지키지 않았건 경기 지연을 선수들 탓으로 돌리고 승부를 강요한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팬들의 반응이다.

넥슨 GT 김재범 과장은 "합의하에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번복은 없다"며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크레이지포유는 "조만간 공식으로 항의할 예정"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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