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펼쳐졌던 특별한 이벤트전 경기, 다들 즐거우셨나요? 누구도 예상 못한 네오플팀의 승리에 경기를 직접 치뤘던 당사자들조차 얼떨떨한 분위기였습니다. 저 역시 다시 선수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개인적으로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감상하셨길 바랍니다.
뜨거운 여름과 함께 했던 2014 액션토너먼트 SUMMER 시즌도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개인전 결승에 이현, 최우진이 이름을 올렸고, 단체전에서는 제닉스스톰X와 RBL이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김창원이 4강에서 탈락한 것은 의외의 결과지만, 그래도 결승전에 어울리는 훌륭한 대진이 완성됐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누가 우승을 하든, 그 과정은 역시 결승에 어울리는 화끈한 경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결승 멤버들에 대한 리포팅은 그동안 여러 번 전해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시즌을 돌아보고 액션토너먼트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설자로서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추가된 2:2 팀전, 득일까 독일까.
이번 시즌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3:3대장전 모드에서 개인전, 팀전, 대장전 모두를 혼합한 4인 단체전 방식으로 팀전이 전환됐다는 점이겠죠. 이미 중국 리그에서는 2:2 팀전 경기방식이 꽤 보편화된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던파리그에서는 이벤트전이나 국가대항전을 제외하면 공식 경기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 단체전 경기방식이 발표됐을 때, 선수들과 유저 여러분들의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2:2 팀전의 경우 한번에 4명의 선수가 뒤엉켜 싸우다 보니 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캐릭터간 상성 역시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물론 경기를 중계함에 있어서도 팀전 모드는 중계하기가 어렵고, 선수들이 나뉘어 싸울 경우 모든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환사, 메카닉 등 다수의 소환물을 활용하는 캐릭터의 경우 소환물에 가려 정확한 경기 양상을 파악하는데도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운'이라는 요소가 공정해야 할 경기에 작용하기도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팀전 모드의 적용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한된 3:3 엔트리 싸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수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게 됐고, 스핏파이어, 엘리멘탈 바머, 다크템플러, 남그래플러 등 그동안 리그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김현도-김창원이 보여줬던 '천라정크-와이드캐논스파이크' 같은 팀웍이 없으면 불가능한 명장면들이 펼쳐져 오히려 대장전의 '역올킬'이나 개인전의 '패패승승승' 못지 않은 짜릿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3:3 대장전이라 해도 사실상 개인적인 능력만으로 경기를 펼쳤던 예전과는 달리 단체전 모드에서 '팀웍'이라는 키워드가 추가된 것이죠.
현재 단체전의 진행 방식은 1세트부터 순서대로 1:1 개인전, 2:2 팀전, 3:3 대장전, 2:2 팀전, 1:1 에이스결정전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개선 방안은 '팀전 모드를 유지하되, 대장전을 2개의 세트로 늘리고, 팀전을 1개의 세트로 진행한다' 입니다.
이렇게 되면 4명의 선수 중 팀전에 불리한 캐릭터들은 팀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고, 각 팀의 최고 전력으로만 팀전을 치를 수 있게 됩니다. 또 대장전의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운'보다는 '실력'에 기반한 단체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장전의 경기수가 늘어나면 경기시간이 전체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개발사와 방송사의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겠죠. 아무쪼록 2:2 팀전 모드가 잘 자리잡아서, 액션토너먼트의 볼거리를 더 풍성하게 해 주길 바랍니다.
◆유료좌석제 도입, 관객들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다.
액션토너먼트는 현장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주시는 리그 중 하나입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동안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대기했지만 선착순 마감에 걸려 아쉬운 발길을 돌린 팬들이 많으셨죠.
일찍 현장에 오시는 분들은 전날 오후부터 24시간 이상을 기다리시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이런 뜨거운 관심과 열정은 감사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진행되는 리그 특성상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시스템 때문에 팬 여러분들의 건강과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었습니다.
막상 밤새 오랜 시간을 기다려 입장을 하더라도, 관객들 대부분이 피로에 지쳐 경기 시작 전까지 자리에 앉아 졸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즐거운 마음과 좋은 컨디션으로 감상해야 할 액션토너먼트가 오히려 팬들의 생활 리듬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 시즌부터는 전 좌석 유료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뜨거운 관심 속에 매주 30분 이내에 전석 매진을 기록중이며,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집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만약 구매에 실패하더라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유료 좌석제 도입 이후 현장 관객들의 에너지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 여성 관객들이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고, 카메라 앞에서의 리액션이나 선수들 경기 도중 터지는 함성의 '데시벨'이 달라진 것이죠.
그리 비싸지 않은 티켓 가격으로 기다림의 부담을 덜고, 더 좋은 기분과 컨디션으로 액션토너먼트를 즐겨주시는 모습을 보며, '진작에 유료좌석제를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번 유료좌석제 도입이 좋은 롤모델이 되어 앞으로의 성숙한 e스포츠 관람 문화에 모범이 되었으면 합니다.
◆1년에 리그 두 번, 과연 충분한걸까.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액션토너먼트는 SUMMER와 WINTER, 1년에 2시즌이 진행됩니다. 각각의 시즌은 약 8주이니 52주 중 16주 정도가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죠. 그런데 본선 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예선 진행까지 합치면, 이 기간이 12개월 중 약 9~10개월까지 증가합니다. 온라인 리그, PC방 챔피언스 리그 등 다양한 경로로 3~4개월간 예선이 진행되니까요.
그런데, 던파를 실제로 즐기는 유저들조차 온라인리그와 챔피언스리그는 시청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볼 수 있는건 1년에 16주, 본선 경기가 전부죠.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리그가 연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선수와 팀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게 됩니다. 던파리그 초기에 악역 캐릭터를 자청했던 '백창훈'과 '카인' 서버 선수들의 대립, 영웅 역할을 했던 장웅, 박정완, '야수' 정시혁, '제왕' 김현도 등의 스토리가 마치 WWE 프로레슬링의 스토리처럼 얽혀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리그 개최와 이미지메이킹의 효과였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액션토너먼트 출범 이후 김창원, 최우진, 조신영 등의 특출난 선수들이 개성 있는 플레이와 희소성, 무대매너 등으로 스타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스토리의 굵은 뿌리가 될 선수간의 대립이나 성장과정 등은 제대로 메이킹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5억 원에 육박하는 총상금과 제작비, 리그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역시 이 이상 정규 리그가 늘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겠죠. 그래서 그 해답은 하부리그와 구성물, 인터넷 중계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리그 사이사이에 1개의 시드권을 포함한 하부 리그의 진행, 선수 개개인의 역사와 경기력을 분석할 수 있는 리포팅, 버려지는 예선 경기 영상을 재가공해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중계 혹은 영상 등이 필요한 것이죠.
이미 성공적인 리그 진행으로 던파와 사이퍼즈 유저들이 서로의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또 함께 즐기는 유저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두 게임을 연계한 온, 오프라인 행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액션토너먼트의 여름이 끝나갑니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팬 여러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더욱 성장하는 액션토너먼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시즌 던파리포팅의 끝맺음을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