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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2 생태계 또 깨진다

[기자석] 스타2 생태계 또 깨진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5일 스타크래프트2 공식 홈페이지에 블리자드가 공지를 올렸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의 2015 시즌에는 참여 지역 거주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블리자드의 표현을 직접 옮겨 본다.

'2015년부터 모든 WCS 선수들은 선택한 지역의 법적 거주자이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국적이 속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며 해당되는 WCS 리그에 참여하려면 적합한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WCS 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의 지역별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세 문장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어마무시'하다. 법적 거주자라는 의미는 단순히 해외에 있는 팀 숙소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합한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e스포츠 선수들에게도 운동 비자를 발급하거나 공연, 문화 활동 비자를 내주는 경우가 있지만 해당 국가에 속한 팀이나 후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지역에서 WCS를 뛰려면 법적 거주자이어야 하거나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는 조항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전까지 해당 지역에서 뛰었던 한국 국적을 가진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 대한 인기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만 못하게 되면서 후원사의 숫자나 후원 액수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 또 2013년 블리자드가 스타2의 세계 대회인 WCS 시스템을 만들면서 유럽이든, 아메라카든 선수가 원하는 곳에서 출전할 수 있다고 선포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해외 팀 입장에서는 기량이 좋은 한국 선수들을 영입해 성적도 내고 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해외에 나가는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외국 경험을 쌓아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상금까지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 결과 해외 팀 소속, 또는 해외 리그에 자주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5~60명에 달한다. 얼마 전에도 IM 소속이었던 선수들 일부가 해회 팀으로 이적했고 방태수 또한 유럽의 신규 게임단인 데드 픽셀즈에 새 둥지를 텄다.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블리자드가 지난 5일 공지한 내용은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다. 해외 팀에 속한 선수들 가운데 대부분은 대회가 있을 때에만 출국하며 한국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적 거주자 자격을 얻기도, 활동 비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블리자드의 이번 조치로 인해 해외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은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의사를 밝혔다. 출전지를 한국으로 바꿀 경우 소속 팀과의 결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유턴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팀에 소속되어 활동할 팀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한국 팀들은 선수 구성을 마친 상태다. 스타2에 대한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해-상황이기에 게임단이 선수 영입을 위해 큰 돈을 들이기도 쉽지 않다. 유턴한 선수들 대부분이 무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

2년 동안 시행됐던 지역 선택제를 강화하면서 피해는 한국 선수들만 보는 상황이다. 선수가 자유롭게 선택했던 것만큼 책임을 지는 사람도 선수라는 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2년 전 한국에서 개최된 WCS 시스템 소개 자리에서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했던 "자유롭게 뛰고 싶은 지역을 택할 수 있다"라는 말 안에는 선수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뜻은 없었다.

애시당초 잘못된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2년 동안 방임하다가 이제 와서 참가 지역 제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미꾸라지가 헤엄치기 전부터 지저분했던 냇가를 미꾸라지보고 깨끗이 만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2013년과 2014년에 범한 실수를 하루라도 빨리 수정하고 싶겠지만 이미 깨져 버린 생태계는 오랜 내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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