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팀으로 이적을 택한 선수들은 "한국 팀에 남아 있게 됐을 때 얻는 이점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 팀은 성적에 따라 선수 교체가 심한 데다 연봉이 외국팀에 비해 높지도 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외국팀 대우가 국내 대기업팀보다 훨씬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선수들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좋지만 훌륭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한국 e스포츠 리그의 볼거리를 빼앗기는 것과 같다. 마냥 기뻐하며 긍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기업팀에 들어오는 것이 외국팀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선수들을 한국에서 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 ahq e스포츠 클럽의 남다른 복지 제도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ahq는 일정 기간 이상 팀에서 활동한 선수가 은퇴하면 그 선수가 다른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 ahq 커피숍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당장 앞길이 막막한 선수들에게 미래를 고민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은퇴한 선수들의 자신의 아이디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밀크티를 제작하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신기한 장면이다. 선수들이 일하게 되면서 커피숍을 찾는 손님도 늘었다고 한다. 선수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적응 단계를 거치며 돈도 벌 수 있어 좋고 게임단도 커피숍 매출이 올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복지 시스템이 있을까 싶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은 은퇴 이후를 고민한다. 젊은 시절을 e스포츠에 바친 프로게이머들은 정작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미래가 보장돼 있지 않다 보니 국내 기업팀보다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연봉도 높은 외국팀을 선호한다. 그러나 만약 은퇴 후의 미래가 보장된다면 선수들은 게임단에 소속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이 자명하다. 선수와 게임단 모두 윈윈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ahq만의 복지는 파격적이면서도 멋진 행보라 볼 수 있다. 은퇴 후 연금을 주는 것은 선수들을 나태하게 만들거나 폐인 생활을 하는 밑천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복지 혜택으로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의 질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팀도 ahq만의 e스포츠형 복지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선수들의 이탈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당장 연봉을 많이 주는 것보다 은퇴 후 선수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도 고민하는 기업팀이 생겨나기를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