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원이 말하는 세계 e스포츠 대회의 범주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대회이니 전병헌 회장이 이끄는 국제e스포츠연맹이 주도하는 IeSF 그랜드 파이널과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가 공동 위원장이었던 국제e스포츠 페스티벌(IEF) 정도다. IeSF나 IEF에 국산 e스포츠 종목 채택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신 의원의 지적은 대부분 맞는 말이다. 한국의 게임사가 개발한 e스포츠 종목은 세계 e스포츠 대회의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는다.
문제는 '왜 그럴까?'에 있다. 국산 e스포츠 종목은 왜 국제 대회에 끼지 못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e스포츠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난 시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T 붐, 정확하게는 PC방 붐을 타고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게이머들이 생겨났고 e스포츠가 태동했다. 이후 워크래프트3, 카운터 스트라이크, 피파 등을 거쳐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까지 e스포츠의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중에 한국의 게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은? 없다.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e스포츠로 쓰일 게임을 개발해서가 아니라 e스포츠라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신 의원은 간과하고 있다. 홀로 즐기던 게임이 대결을 통해 경쟁을 위한 매개체가 되고 대회로 꾸려지면서 전문 선수가 발굴, 육성됐다.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를 좋아하는 팬덤이 꾸려졌고 방송으로 중계되면서 전문 e스포츠 방송 채널까지 만들어졌다. 일련의 발전 과정을 통해 스포츠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해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한국의 e스포츠는 개발사 중심이 아니라 프로게이머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선수 육성, 대회 운영, 방송 제작, 팬덤 형성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에서 글로벌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것이지, e스포츠용 게임 개발, 글로벌 게임 서비스 등 하드웨어적인 부문은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와 같은 게임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나을 바가 없다.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이 e스포츠용 게임을 만들고 글로벌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스페셜포스, 아바, 크로스파이어, 프리스타일 등의 게임들은 수십개국에 서비스가 되고 있고 자체적으로 대륙별 대회나 글로벌 챔피언십을 열고 있다. 이 게임들을 만들고 글로벌 서비스를 시도하며 e스포츠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게임사에게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게임사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서 대회를 운영했고 상금을 마련했다. 자사 게임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대회를 열었던 게임사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에 종목이 채택되는 것을 오히려 부담으로 느끼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적기 때문에 상금 지 급, 대회 운영비를 또 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화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올해 개최 예정인 대회까지 총 10개 대회에 투입된 예산은 23억 원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한 대회당 2억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 정도를 가지고 국산 e스포츠 종목의 육성을 위해 지원했다고 생색을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종목사는 종목사대로 사비를 털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도 게임 개발사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게임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술, 마약과 같은 레벨에 놓일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인 게임, 또는 e스포츠용 게임을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임을 중독이라는 이슈에서 제외시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 e스포츠의 주체 가운데 하나인 프로게이머들 게임에 대한 소비율이 매우 높은 직군이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많은 소비 시간도 가져야 한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논리로 보자면 프로게이머야 말로 중독 정도가 가장 높다.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의 게임을 e스포츠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엔씨소프트다. MMORPG 장르인 블레이드&소울로 e스포츠 대회를 지속적으로 열겠다고 밝혔고 한국과 중국의 교류전도 개최할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서비스 능력이 있는 대형 게임회사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희소식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도타2에 필적할만한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을 개발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줄어들어야 한다. 또 해외 진출, 개별 종목사의 해외 대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만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외국 팬들을 사로 잡은 뒤 정부가 주도하는 e스포츠 대회의 프로모션 종목으로 국산 게임을 선택하고 대회 개최와 함께 해당 종목이 개최국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체계적인 육성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스포츠가 국정 감사에서 언급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못한 일, 좋지 않은 일들을 지적하고 수정,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는 자리가 국정 감사이다 보니 화제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실도 감사하다.
그렇지만 e스포츠에 대해 지적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둘러싼 제반 환경, 한국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 국고가 들어가는 대회에 국산 e스포츠 종목의 숫자가 적다고 지적하는 것은 단선적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