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직원들도 페인팅을 얼굴에 하지 않지만 40대 중반에다 고위직인 이 사람에게 기자는 "멋지다"고 말을 던졌다.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어진 이 사람은 "로고가 멋있어 보여서 해봤다"라고 웃으며 말하고는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스타혼 로얄클럽의 결승전이 한창 진행되던 오후 7시. 2대0으로 앞서던 삼성 화이트가 로얄클럽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2대1이 된 상황이었다. 기사 작성을 마치고 숨을 돌리기 위해 잠시 경기장 밖으로 빠져 나왔고 낮에 만났던 그 남자를 또 다시 만났다.
오른쪽 얼굴에 그려졌던 페이스 페인팅은 사라졌고 만면에 짓던 웃음기조차 같이 없어졌다. 대신 이마에 세 줄의 근심이 얹혀 있었다.
"행사가 잘 되고 있어서 기쁘시겠어요"라고 인사말을 던졌더니 그 남자는 하나씩 근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팬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4만 명이라는 관중이 모이면서 입장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고 일부 팬들은 "티켓을 예매했는데 왜 30분이나 밖에서 기다려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고. 얼마 전 판교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서 인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입장시켰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오프닝 세리머니가 열리기 전까지 관객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서두르다 보니 소환사의 망토, 챔피언십 코드 세트, 응원도구 등이 들어 있는 선물 보따리를 받지 못한 팬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돈 내고 들어왔는데 왜 선물을 받지 못하느냐는 항변이 각종 커뮤니티에 도배된 것. 2세트가 끝나고 팬들에게 나눠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만 여론이 많았다고.
이 남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모두가 고객 만족을 시키지 못한 자기 탓이라고 돌렸다. 한 명의 고객, 플레이어라도 불만이 있으면 해결해주고 만족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 라이엇게임즈의 모토인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팬들이 불만을 가질 단초를 제공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또 축구 팬들이 제기한 상암동 경기장 훼손과 관련한 불만도 생각지 못한 외부의 불만이었다. 축구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에 좌석을 배치하면서 잔디를 손상시킬 수 있고 라이엇게임즈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잔디 위에 덮개를 깔고 의자를 배치했지만 축구 팬들의 원성을 피하지 못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은 4만 여 명의 팬이 찾았다.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특히 결승전은 행사 구성이나 기획, 선수들의 경기력 등 외적으로 보여지는 대부분의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불만을 표출한다면 성공이 아니었다. 모두가 유료 관객으로서 스스로 롤드컵을 보기 위해 찾은 관중들이다. 4만 명이 모두 만족하는 행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 명의 팬이라도 더 좋은 기억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불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해소하고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 남자의 역할이자 사명이었다. 이 남자 뿐만 아니라 라이엇게임즈의 모든 직원이 갖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결승전이 끝난 뒤 우승한 삼성 화이트의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이 남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아마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직접 찾아 뛰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칼럼이 작성된 이후 라이엇게임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롤드컵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불편을 드려 고개 숙여 사과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발에 땀나도록 뛰어 다녔음에도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꼈다면 사과해야 한다는 그 남자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