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대로라면 이번 주에는 KSF 그룹의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맞는데요. 출전 선수들의 사정으로 이번 주에도 슈퍼레이스 그룹 팀들이 4강 진출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펼쳤습니다. 3자 재경기를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제레이싱의 엄청난 고춧가루 투여로 CJ 레이싱과 부스터범스가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아트라스 BX는 첫 경기에서 최강팀 CJ 레이싱을 꺾으며 주목 받았지만 아쉽게도 인제 레이싱에게 한 세트를 허용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CJ 레이싱, 살아난 유영혁 누가 막나
이화선 감독은 드래프트에서 유영혁을 데려오면서 결승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이라 확신했었습니다. 이는 CJ 레이싱 모든 선수들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현존 최고의 카트 게이머 유영혁이 존재하는 한 스피드전과 에이스 결정전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나 유영혁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흔들렸고 CJ 레이싱의 모든 선수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영혁의 부담감은 날로 더해가기 시작했고 CJ 레이싱은 부스터 범스와 아트라스 BX보다 더 불안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에이스란 팀이 위기일 때 제 역할을 해주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명칭입니다. 경기 전 이화선 감독은 "유영혁에게 주어진 부담감이 상당하고 미안하지만 이 또한 에이스로서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영혁에게 무한한 믿음을 줬습니다.
유영혁은 이화선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습니다. 승리하는 팀이 무조건 4강에 오르는 부스터 범스와의 대결에서 유영혁은 팀의 운명을 걸고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해 '에결 신동'이라 불리던 이동민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가장 먼저 4강에 안착했습니다.
이화선 감독은 "유영혁을 믿었고 부담감이 심할지라도 분명 떨쳐낼 것이라 자신 했다"며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해 매니저와 감독이 출전하는 아이템전 첫 라운드를 무조건 따내 유영혁의 짐을 덜어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CJ 레이싱 유영혁 "마음의 짐 덜었다"
슈퍼레이싱 그룹 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조 1위 후보로 CJ 레이싱이 꼽혔던 것은 순전히 유영혁 때문이었습니다. 유영혁이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 결승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유영혁은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감을 떨쳐내는데 아직은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경기 한번으로 팀이 패하게 되는 경험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유영혁은 개인전에서 유감 없이 발휘하던 레이스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마음 고생이 심했죠. 예전에는 개인전이다 보니 내 성적에 책임만 지면 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었는데 팀전에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내 경기 결과에 따라 팀의 운명이 결정되니 힘들었어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실수를 유발했죠."
유영혁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에이스 결정전에서 연달아 패했던 유영혁이었지만 CJ 레이싱 선수나 감독, 매니저 중 누구 하나 유영혁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두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고 합니다. 그때 유영혁은 팀전에서의 부담감을 모두 털어버렸습니다. 동료들의 한 마디가 어떤 노력을 해도 지워지지 않았던 부담감을 떨치게 해준 것입니다.
"솔직히 사람인 이상 원망도 할 수 있는데 CJ 레이싱 선수들이나 이화선 감독님은 저에게 미안해만 하시더라고요. 자신들이 잘하지 못해 또 저를 에이스 결정전에 내보내게 됐다며 안쓰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편하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로 경기가 잘 풀리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는 완전히 제 페이스를 찾은 유영혁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유영혁에게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패배를 안긴 박인제도 없고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 유영혁을 잡아낸 아트라스 BX도 4강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유영혁을 잡을 선수는 누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거리입니다.
◆고춧가루 제대로 뿌린 인제 레이싱
이번 시즌을 3패로 마무리한 인제 레이싱이지만 막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차기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제 레이싱은 슈퍼레이싱 그룹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아트라스 BX에게 1대2로 패했지만 한 2대0으로 승리해야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아트라스 BX에게 한 세트를 빼앗아 오면서 동반 탈락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트라스 BX는 2승1패로 조1위를 차지한 CJ 레이싱과 조2위 부스터 범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 득실과 라운드 득실에서 CJ 레이싱과 부스터 범스에게 밀리며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했는데요. 조성제는 첫 경기에서 유영혁을 잡아내며 주목 받았지만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한편 부스터 범스는 CJ 레이싱에게 패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제 레이싱과 아트라스 BX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는데요. 2세트에서 인제 레이싱이 승리하자 두 손을 맞잡고 환호하며 4강 진출을 자축했습니다.
아쉽게 탈락한 아트라스 BX 김중군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고 팀워크도 잘 맞았는데 패하게 너무나 아쉽다"라며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다음에 또 같이 팀을 이루게 되면 더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팀을 잘 이끌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KSF 그룹, 4강 진출자는 누구?
슈퍼레이싱 그룹 4강 진출자가 확정된 가운데 역시 혼돈의 늪에 빠져 있는 KSF 그룹 마지막 풀리그 경기가 11월 1일에 치러집니다. 현재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2승으로 단독 1위에 올라 있으며 서한 퍼플모터스포트, 쏠라이트 인디고가 1승1패로 공동 2위, HK 록타이트가 2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경기 결과에 따라 3자 재경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예상대로 유베이스 알스타즈와 서한 퍼플모터스포트가 무난하게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HK 록타이트가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릴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전망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