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겸직 금지법이 발의된 것은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도 국회의원 가운데는 겸직을 통해 많은 이득을 취하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이름만 체육단체장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전만 받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체육협회장이 '특권'일 수 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에게 e스포츠협회 협회장은 '특권'이 아니다. 오히려 골치 아픈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다. 세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는 e스포츠 문화를 진흥시키는데 발 벗고 뛰고 있다. e스포츠 진흥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을 쪼개 무보수로 이 일을 대신 하고 있는 사람에게 '특권'을 내려 놓으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e스포츠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위상은 아직 미비하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는 일도 많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일도 태산이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저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오히려 게임산업을 '악'으로 취급하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종주국의 위상마저 중국이나 미국 등에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전병헌 협회장은 해외 스포츠 인사들을 만나 e스포츠에 대해 설명하고 내부적으로는 e스포츠 진흥을 위해 정부와 기업을 설득하며 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커질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보수 한푼 받지 않고 미래에 각광받을 문화와 산업을 키워 나가고 있는 전병헌 협회장에게 '특권' 운운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겸직으로 인해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돼야 할 법이 엉뚱한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전병헌 협회장이 그만둘 수도 있다는 소식에 e스포츠 팬들은 “말도 안 된다”고 들고 일어섰다. 어떤 스포츠 팬들이 국회의원 협회장을 이렇게 옹호한단 말인가. 전병헌 협회장이 지금까지 e스포츠를 위해 보여온 진심을 알기에 팬들은 전 의원 편에 서서 그의 사직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에 예외를 두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에 전병헌 협회장만 겸직을 허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통보'가 아닌 전병헌 협회장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특권'이 아님을 인지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국회의장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