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조별 풀리그가 마무리 된 가운데 이번 주에는 슈퍼레이싱 그룹 4강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시즌 초반 1패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CJ 레이싱과 강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2연승을 기록해 돌풍을 일으켰던 부스터 범스의 맞대결로 펼쳐졌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았죠.
최강 유영혁을 앞세워 스피드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CJ 레이싱과 아이템전을 바탕으로 에이스 결정전 이동민을 앞세워 승승장구 했던 부스터 범스. 잠시만 눈을 떼도 1등이 바뀌는 등 엄청나게 치열했던 두 팀의 맞대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독기 품은 유영혁, 퍼펙트 승리 이끌다
지난 시즌 결승전부터 유영혁은 '한 물 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황제' 문호준이 리그에 출전하기 않기 때문에 최강 레이서라는 호칭은 유영혁에게 돌아갈 듯 했지만 번번히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하며 최강답지 않은 면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결승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박인재에게 발목이 잡히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유영혁은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도 에이스 결정전에서 조성제에게 패하고 만 것이죠.
한없이 착하고 순둥이였던 유영혁의 눈빛이 달라진 것은 아마도 그때였을 것입니다. 조성제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하고 난 뒤 유영혁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습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유영혁은 남몰래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조별 예선 남은 두 경기에서 유영혁은 건재함을 과시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CJ 레이싱은 1패를 안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리 2승을 기록하며 조1위로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 최초로 동호인 종목으로 참여했던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카트라이더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완전히 자신감이 살아났습니다.
부스터 범스와 치러진 4강 1세트에서 유영혁은 '황제'다운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동료들의 도움도 물론 존재했지만 유영혁은 더이상 힘싸움을 무서워하는 선수가 아니었던 것이죠. 유영혁은 완벽한 질주로 네 라운드 연속 1위로 골인해 스피드전 4대0이라는 퍼펙트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마지막으로 4대0 승리를 따낸 뒤 유영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죠. 경기석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유영혁은 그제서야 특유의 '순둥이 웃음'을 지었습니다. 유영혁의 부활에 이화선 감독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CJ 레이싱 스피드전 숨은 공신 이준성
유영혁이 네 라운드 연속 1위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지만 동료 이준성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준성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역할을 과감하게 유영혁에게 양보하고 뒤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의 스피드전 완승을 일궈내는데 숨은 공신으로 떠올랐습니다.
스피드전 경기를 보면 유영혁이 초반부터 1위로 치고 올라갔을 때 이준성은 뒤에서 이동민 등 부스터 범스에서 잘 달리는 선수들을 전담 마크하며 유영혁의 평화로운 레이스를 도왔습니다. 특히 부스터 범스 에이스 이동민은 이준성의 공격적인 레이스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려야 했습니다.
만약 유영혁이 초반에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이준성은 자신이 1위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코너 등 사고가 많이 나는 부분에서 과감하게 부스터 범스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그 사이 유영혁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준성의 멋진 플레이에 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요. 비록 1위는 유영혁이 했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땀을 흘려준 이준성의 노력에 동료들도 감독과 매니저, 그리고 팬들도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알 수 없었던 아이템전
1세트 스피드전에서 완패한 부스터 범스였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스터 범스는 지금까지 스피드전에서 패한다고 해도 항상 아이템전에서 승리한 뒤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부를 몰고 간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이템전 승리를 자신했던 부스터 범스. 그에 비해 CJ 레이싱은 아이템전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선수들의 팀워크가 완벽하게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던 것이죠. 팬들은 부스터 범스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매니저와 감독 대결에서 승리한 부스터 범스는 이어지는 라운드에서도 한 수 위 플레이를 보여주며 라운드 스코어를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유영혁과 이동민의 대결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죠.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역시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은 CJ 레이싱 선수들은 스피드전에서 익힌 팀워크를 아이템전에서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영혁과 이준성, 김선우, 심기훈은 부스터 범스 선수들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어느 새 라운드를 동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독기 품은 유영혁의 질주와 이준성의 기가 막힌 도움이 빛이 났는데요. 유영혁은 처음부터 치고 나가면서 유리한 아이템을 획득했고 유영혁을 믿은 동료들은 부스터 범스 선수들을 견제하는 아이템으로 유영혁의 레이스를 도와주며 결국 대역전극을 일궈냈습니다.
모든 경기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고 모든 라운드가 0.02초 차이로 끝이 날만큼 치열했던 아이템전은 결국 모두의 예상을 깨고 CJ 레이싱이 4대3으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아이템전 최강으로 불렸던 부스터 범스도 결국 CJ 레이싱의 무서운 합동 공격에 무너져버렸습니다.
◆CJ 레이싱 이화선 감독 "선수들 성장이 더 뿌듯해"
부스터 범스를 2대0으로 잡고 결승전에 진출한 CJ 레이싱 이화선 감독은 경기가 끝이 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감독의 기쁨은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준성의 성장 등 팀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사실이 더욱 기쁜 듯 보였습니다.
"유영혁을 데려와서 결승에 가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경기 방식이 한 명이 잘한다고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더라고요. 초반에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화선 감독은 우선 유영혁에게 주어진 짐을 덜어주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사이 이준성, 김선우 등이 성장해갔고 심기훈 역시 아이템전에서 서포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점점 완벽한 팀워크를 만들어갔습니다.
"오늘 경기를 보시면 아셨겠지만 선수들이 이번 리그를 통해 단시간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어요. 승리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사실이 전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결승전에서는 완전체 CJ 레이싱의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승전 상대로 누구를 원하냐는 질문에 "누구도 상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이화선 감독. 과연 CJ 레이싱의 결승 상대는 누가 될지 오는 22일 서한 퍼플모터스포트와 유베이스 알스타즈의 맞대결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