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블리즈컨이 열리기 전인 지난 1일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았다. 아메리카와 유럽 지역의 WCS를 통합하고 한국 지역에서 열리는 개인리그를 두 배로 늘린다는 안을 발표했다.
2015 시즌 WCS 운영안은 그동안 보여졌던 파행적인 운영을 극복해보겠다는 블리자드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3년 스타2:군단의 심장이 발표된 이후 WCS는 한국과 유럽, 아메리카의 세 지역으로 나누되, 지역을 선수가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줬다. 선수들이 뛰고 싶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스타2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안이었다.
한국이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스타2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떠나고 싶은 한국 선수들은 유럽과 아메리카로 소속을 옮겼고 외국 팀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엑소더스가 일어나면서 게임단들의 연쇄 해체가 일어났고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해당 지역 출신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결과가 발생했다.
2013년과 2014년 WCS 글로벌 파이널에 참가한 선수들의 국적만 봐도 블리자드의 선택이 파행을 야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3년 글로벌 파이널 16강에는 요한 루세시를 제외한 15명이 한국 선수였고 8강 이상에는 모두 한국 선수가 올랐다. 2014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국적을 가진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한국과 유럽, 아메리카 모두 인재풀이 깨지다 보니 블리자드는 개혁의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운영안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한국 지역에서는 곰exp가 운영하던 GSL 이외에도 스포TV 게임즈의 새로운 개인리그가 탄생하면서 양대 개인리그가 운영되며 KeSPA컵이 3회 가량 진행된다. 그동안 WCS 포인트가 모자라서 프로리그가 끝난 이후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포인트를 얻어야 했던 한국 선수들의 다급함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이외에 통합 운영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활약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자생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한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유럽과 아메리카이기 때문에 중국, 남미, 동남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나올 경우 글로벌 파이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 포인트 합산 결과에 따라 글로벌 파이널 16강이 결정되겠지만 이전보다 여지는 많아졌다.
지역별 스타2 생태계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프로리그가 메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은 양대 개인리그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외국 팀 소속의 선수들이 한국에서 그대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대회가 늘어났기에 굳이 외국에서 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또 한국 지역은 WCS의 지역 제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외국팀 소속인 한국 선수들도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가장 경쟁이 뜨거운 한국 지역의 경쟁은 더욱 뜨겁게, 외국 지역은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번 블리자드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