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014년 e스포츠 업계는 지록위마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 단독 주최가 아니었던 점은 아쉬움이 남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아쉬움보다는 기쁨과 희망, 발전, 성장 등의 단어들이 많이 쓰였던 한 해였다.
2015년 새해 화두로 e스포츠 업계는 '정중여산(靜重如山)'이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정중여산은 산처럼 정적이고 무겁게 움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임진왜란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옥포 해전을 앞두고 군사들에게 지시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에서 유래한 말이다.
2015년 한국 e스포츠 업계는 추진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2013년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의 수장을 맡았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2014년말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e스포츠는 중심을 잃었다. 전 협회장이 퇴임사를 발표하는 프로리그 2015 시즌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협회장이라는 직위를 내려 놓기만 여전히 관심을 갖고 응원하겠다"라고 밝히긴 했지만 전 협회장의 공석은 한국의 e스포츠 업계 전체에 추동력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e스포츠 업계는 힘차게 달려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성장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e스포츠 리그로 자리를 잡았고 힘이 빠져 가던 스타크래프트2 또한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조화가 맞춰지면서 새롭게 힘을 얻었다. 넥슨 종목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국산 종목의 e스포츠화 또한 엔씨소프트가 가세하면서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2015년 전병헌 협회장이 임기를 이어갔다면 화두는 가속도가 됐겠지만 전 협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e스포츠 업계는 돌 다리도 두드리고 걷는 심정으로 다시 행보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전투를 지휘할 힘 있는 수장이 없기 때문에 지난 2년간의 성과에 취하기 보다는 모두의 동의를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정중여산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이순신 장군은 전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군사들에게 공포감을 덜어내고 여유를 가지면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수장 없이 전쟁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된 한국 e스포츠 업계는 협회, 게임단, 게임사, 방송사, 팬 등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길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자금을 앞세워 e스포츠 종주국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국내 경기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정중여산해야만 새로운 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