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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던파 리포팅] '동족직업' 대진을 보는 즐거움

[정준의 던파 리포팅] '동족직업' 대진을 보는 즐거움
하나의 게임이 e스포츠 리그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밸런스'인데요. 아무리 게임성이 훌륭하고 보는 재미가 있어도,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나 종족, 맵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 리그는 '공정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처럼 수십개의 전직과 수백개의 상성이 존재하는 게임은 그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춘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이 상성이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고 플레이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경기가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동직업전'이죠. 과거 RTS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는 동족전이라 하더라도 맵 위치에 따라 유불리가 있었고 AOS나 FPS 같은 팀 게임에는 조합과 역할에 따른 밸런스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1:1 대전을 기본으로 하는 던파에서는 동직업전의 밸런스는 거의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좌우 시작점 차이 정도가 미세하게 영향을 미치게 돼죠.

던파 1차 리그부터 단 한번의 결석도 없이 개근 도장을 찍은 두 개의 직업이 있습니다. '남레인저'와 '여그래플러'. 상성을 무시하는 캐릭터 성능과 훌륭한 선수들의 명맥이 이어져 리그의 주축 캐릭터로성장했죠. 그리고 이번 주, 드디어 이 두 직업의 '지존'을 가리는 한판이 단체전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단체전 4강 1경기, TOP와 제닉스스톰X의 경기입니다.

◆여그래플러의 정점, 김창원 vs 김태환
던파리그를 지켜보신 분들 중 제닉스스톰X의 에이스 김창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팬더를 닮은 외모와 최고의 컨트롤로 중국에서도 '투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선수니까요.

실제로 제 1회 F1 결투천왕대회를 제패하며,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의 던파 프로게이머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창원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무리하게 키보드 연타 속도를 끌어올리지도 않고, 불필요한 콤보 동작도 없죠. 말 그대로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입니다.

그런데 이 김창원의 '기본'은 특히 방송 무대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합니다. 무리한 동작이 없으니 실수가 적고, 상대가 반응할 변수와 다음 동작을 모두 예측하기 때문에 운 좋게 '얻어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게 됩니다.

적절한 분신 타이밍을 통한 견제와 사각에서 과감하게 찍어 누르는 금강쇄,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질풍각까지 그래플러의 기본은 '초붕' 박정완에서 시작되어 '투신' 김창원으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이 김창원의 자리를 위협하는 무서운 성장세의 선수가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테크니션의 그래플러, TOP의 김태환이 그 주인공인데요.

묵직하고 진중한 김창원과는 달리 김태환은 민첩하고 화려합니다. 연타 속도는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이고, 콤보도 안정성보다는 데미지 딜링에 중점을 둡니다. 따라서 김태환은 여타 선수들이 구사하지 못하는 '필살기급' 컨트롤을 몇 가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잡기 스킬이 종료된 이후에도 4타잡기를 이용해 다시 띄워 올린다든지, 화면 밖에서 순식간에 평타로 접근해서 넥스냅을 성공시키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화려한 부분이 때로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던파의 대전에서 '실수=반격'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니까요. 경기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김태환의 경기력이 크게 요동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굳이 점수로 표현하자면 김창원은 90~95 사이, 김태환은 80~100 사이의 경기력을 보입니다. 생각보다 편차가 크다는 이야기가 돼죠.

전략전술과 쿨타임 관리는 연습량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키보드 연타 속도는 당일 선수의 컨디션과 키보드 세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습이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여그래플러 최고의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이번 대전은 '김태환의 컨디션'이 가장 큰 변수가 되겠네요.

◆이제명 vs 이진성.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
제닉스스톰X의 이제명과 TOP의 이진성은 가장 오랜 시간 리그에서 활약해 온 남레인저 선수들입니다. 액션토너먼트 출범 이후 2회의 개인전 우승을 달성한 이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에는 바로 이 두 명의 선수들이 레인저의 최고 자리를 놓고 매 시즌 대결을 펼쳤죠.

먼저 '삼사의 제왕' 이제명. 이동사격(이사), 공중사격(공사), 난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에 이런 별명을 붙여 줬는데요, 역시 이제명의 강점이라면 '리벤저', '건가드'를 이용한 카운터 능력과 '난사'를 활용한 콤보 능력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안정적인 수비 능력으로 상대를 유인하고, 특유의 콤보로 상대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가는 '선수후공'형 선수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리그 개인전 조별리그에서는 유독 실수가 많았습니다. 7년 이상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도 생방송 경기에 대한 부담은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고 하네요. 긴장감을 크게 느끼는 경우 그의 수비적인 성향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번 경기에는 조금 더 과감한 공격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반대로 이진성은 상당히 공격적인 선수입니다. '파열류탄'과 '랜드러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스탠딩 상태에서의 기습 '난사'로 흐름을 바꾸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근접 거리에서는 카운터보다 선공을 선호하는 '선수필승'형 선수이죠.

따라서 경기 결과도 극단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킬'도 많지만 '노킬'도 많은 선수라는 뜻이죠. 한번 흐름을 타서 예상한 대로 공격이 성공하면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근거리에서의 무리한 공격이나 쿨타임 관리 실패 등으로 운영이 꼬이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남레인저는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높고 방어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2번의 난사 콤보가 적중되면 경기가 끝납니다. 이 간격은 쿨타임과 콤보 길이까지 포함하면 경기시작 후 각각 30초, 1분이 기점이 되겠네요.

이제명의 카운터와 이진성의 돌격력, 6년을 넘게 끌어온 이 승부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직접 경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단체전에서는 두 개의 주류 캐릭터의 동직업전이 성사됐습니다. 선수들의 엔트리 구성에 따라 조금의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네 명의 선수들은 각 팀의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맡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니 개인전과 대장전에서의 대진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격적인 8강, 4강 토너먼트로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2015 액션토너먼트 윈터. 이번 주에도 뜨거운 성원을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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