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는 정식 체육 종목이 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단계를 밟아왔다. e스포츠가 단순히 게임을 통한 대회 개최에 국한되지 않고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를 잡아야만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협회는 대한체육회와의 논의를 통해 2009년 인정 단체로 가입됐다. 바둑보다는 1년 늦지만 6년만에 준가맹단체로 승인을 받으면서 e스포츠의 대한체육회 가입 절차가 2/3 이상 완료됐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준가맹단체로 승인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201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회의 연이은 성공과 팬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e스포츠는 안정성을 인정 받았으며 2014년 10월말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정식 종목이나 시범 종목이 아닌 동호회 종목으로 열린 전국체전의 e스포츠 종목은 여타 종목을 제치고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전국체전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되고 각종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e스포츠가 갖고 있는 폭발력을 보여줌으로써 대한체육회가 영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협회도 대한체육회 가맹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인 시도 지부와 지회 영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요건을 갖추면서 이번 준가맹단체 승인을 얻어냈다.
준가맹단체의 경우 정가맹단체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2년 동안 어떤 활동을 펼쳤느냐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아 2017년에 정가맹단체 승인서를 넣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시기는 올해와 내년이다. 이 기간 동안 e스포츠계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정가맹단체 승인을 끌어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리그들의 성공적인 개최와 체계적인 선수관리, 신규 종목 발굴에 성공해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을 통해 대기업의 유입을 다시 한 번 유도해야 할 것이며 선수층을 탄탄히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새로운 종목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서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준비해야 한다.
외국에 한국 e스포츠의 강력함을 또 다시 보여줄 필요도 있다. 실력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선수, 지도자들의 외국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지역별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e스포츠협회장 자리는 내놓았지만 국제e스포츠연맹의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전병헌 회장을 필두로 한국 e스포츠의 행정 능력을 대외에 알리면서 국제적인 스포츠 단체로 입지를 다져야 한다.
한국의 스포츠 종목은 내수용이었다. 야구나 축구 등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외국으로 나가 좋은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국내 산업은 이로 인해 위축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e스포츠는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다면 2년만에 정가맹단체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준가맹단체가 됐다고 해서 붕 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겪었던 불미스런 사고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걷는 조심성도 필요하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