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이런 요소들이 선수들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정규 시즌에서는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던 LA 다저스 에이스 커쇼가 포스트 시즌에서 무너지는 모습에서 승부에 대한 부담이 선수 개인에게 얼마나 큰 짐으로 작용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겨보자는 희망보다 지면 안된다는 부담이 커진다면 그 선수나 팀이 좋은 경기를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죠.
e스포츠 프로 대회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e스포츠가 하나의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도입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연습 경기에서는 누구보다 잘하는 선수가 실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사례나 중요한 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지겨울 정도입니다. 또한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보다 승리가 우선시되는 프로 시스템 아래에서 경기 내용이 단순해지고 지루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열린 아마추어 대회는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매 경기 참신한 전략과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일방적인 내용의 경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선보인 선수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무리 강팀을 만나도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택하는 이들의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지면을 통해 소개할 기회는 없었지만 기자는 1년 동안 PC방 대회를 취재했습니다. PC방 대회는 온라인 중계도, 현장 관람객도 없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였죠.
우승을 하더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큰 상금이나 부상이 주어지는 대회는 아니었지만 대회 참가자들의 경기에 임하는 각오만큼은 대단했습니다. 매경기 승부가 날 때마다 환호와 탄성이 엇갈렸죠. 다음 경기를 앞두고 진지하게 전략 회의를 진행하고 경기 도중에도 서로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며 팀 플레이에 주력하는 모습은 혼자 보기에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10년만 젊었어도 직접 대회에 참가해서 저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최근 e스포츠가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가 되면서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프로 대회도 중요하지만 풀뿌리 e스포츠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열린 일련의 아마추어 대회는 생활 스포츠로써의 e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많은 이들이 함께 참가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나간다면 e스포츠가 기존 스포츠 종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식 스포츠로서 보다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스포츠 팬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해서 승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시는 건 어떨까요. 저희 데일리e스포츠와 기자도 적극 응원하겠습니다.
[데일리게임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