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촬영도 처음 해보고 당일 경기도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당연히 촬영에 임하는 태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런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팀에서 팬들을 위해 프로필 촬영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왜 해야 하냐며 협조하지 않는 경우기 비일비재했기에 조중혁에게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중혁은 아직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숱하게 우승을 하고 결승전에 갔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데뷔한 지는 꽤 됐지만 언론에 많이 노출된 선수가 아닌데다 기분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온갖 긴장을 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조중혁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말 프로필 촬영이 처음이냐고. 그는 어리둥절했지만 "처음이다"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기본 포즈는 몇 번 찍어봤지만 이런 프로필 촬영은 처음인데 자기가 잘 못해서 힘드신 거냐고 오히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다.
조중혁의 걱정과는 정반대였다. 너무나 협조적이었고 너무나 성실하게 촬영에 임하는 자세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인지라 당일 경기가 있는 상황에서 진행해야 하는 프로필 촬영이 짜증날 수 있음에도 조중혁은 단 한차례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게다가 요구하는 포즈 모두 척척 해냈다.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설명해주면 최대한 집중해 듣고 어떻게든 그 포즈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 선수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그저 단순한 프로필 촬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은 일에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그 선수는 반드시 성공한다. 그 성실함이 가식이 아니라면 그 선수는 언젠가는 정상에 선다. 햇수로 9년 동안 e스포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 법칙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다.
프로필 촬영이 끝난 뒤 선배 기자와 함께 "이 선수 이번 시즌 대박 칠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조중혁은 두 달이 지나고 난 뒤 네이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결승전에 오르며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평소에는 순한 양같은 눈빛을 하고 있지만 경기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뒤 조중혁의 눈빛은 야수로 변해 있다. 일부에서는 결승전에서 조성주와 이승현의 ‘97록’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아쉬워 할 수 있지만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작더라도 성실하고 진심을 다해 행하는 조중혁이 흥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스포츠의 수명이 길어지는 필수 조건이다. 이제 우리는 조중혁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두팔 벌려 맞이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