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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팬심 돌려 세운 한 마디

GE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
GE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
"욕설을 아무리 하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주시고 '수고했다, 인마'라는 말로 격려해 주시면 어떨까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 2라운드 3주차에서 CJ 엔투스를 2대0으로 제압한 GE 타이거즈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은 방송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욕설보다는 힘을 북돋우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서행이 팬들에게 위안을 해달라는 이유는 이렇다. GE 타이거즈는 열흘 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월드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던 롤챔스 1위 자격을 얻은 GE 타이거즈는 2위인 CJ 엔투스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롤챔스에서 10전 전승을 달리고 있던 상황이라 GE 타이거즈의 우승은 당연시됐다. 정노철 감독 또한 목표를 무실 세트 우승으로 잡고 있다고 밝히면서 GE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실제 경기에 들어갔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8강 듀얼 토너먼트에서 2승으로 깔끔하게 4강에 오른 GE는 CJ를 꺾고 올라온 중국 대표 WE에게 1대2로 패하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1세트를 승리한 GE는 2세트에서 특이한 챔피언 조합을 택했다가 패했고 3세트에서는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승 후보 1순위였던 GE가 결승에도 가지 못하자 한국 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등장했고 정노철 GE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글까지 올렸다.

이서행의 인터뷰 이후 팬들의 반응이 달라진 모습(사진=이서행 페이스북 발췌).
이서행의 인터뷰 이후 팬들의 반응이 달라진 모습(사진=이서행 페이스북 발췌).
21일 CJ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이서행은 마음에 담았던 말을 털어 놓았다. 조은정 리포터가 "끝으로 11연승을 이어간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서행은 "우리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우승까지 이 기세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쉬운 표정을 지었던 이서행은 인터뷰가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지 "다른 말해도 되나요"라며 발언 시간을 얻었다.

이서행은 "IEM 월드 챔피언십에 다녀와서 많은 비난과 욕을 들었다.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잘못을 알고 인정한다. 다 안다. 욕보다는 '수고했다, 인마'라는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속에 담긴 이야기를 했다.

이서행의 한 마디는 팬들의 마음을 돌려 세우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커뮤니티에는 '수고했다, 임마(인마의 잘못된 표현이지만 팬들이 쓴 제목이기게 그대로 올린다)'라는 제목의 글이 '도배'됐다. 글도 GE 타이거즈와 CJ 엔투스가 수고했다는 내용이었고 악플로 인해 마음 고이 심했을 것 같다는 쪽이었다.

지고 싶어하는 프로는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최선을 다하고 난 뒤에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다음에 더 노력해서 이기면 된다. 패배가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욕설과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서행의 한 마디는 팬들에게 울림을 줬다. 동감한 팬들이 댓글을 단 것이 증거다. 프로에게 필요한 채찍은 욕설과 비난이 아니다. 권토중래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위로와 왜 졌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도 IEM 월드 챔피언십에 나섰던 GE 타이거즈, CJ 엔투스 등 리그 오브 레전드 팀과 16명의 스타크래프트2 한국 선수들에게 한 마디 보탠다. '수고했다, 인마!'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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