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4일에 열린 한지원과의 경기에서 이정훈은 논란에 휩싸였다. 한지원이 전진 부화장 전략을 시도했고 가시촉수가 지어지고 있었을 때 옵저버는 이정훈의 시야에 건설중인 가시촉수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이정훈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고 한지원의 저글링과 여왕, 가시촉수 러시에 무너졌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훈은 자신의 패배에 대해 언급하기 보다는 불법 베팅자들을 비판했다. 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하는 프로게이머들을 비난하지 말라는 골자였다.
이정훈의 글만 놓고 보면 문제가 될 소지는 전혀 없다. 불법 베팅 사이트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불법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크래프트2를 전혀 모르지만 돈을 걸면서 돈을 따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2010년 불법 베팅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봤던 프로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정훈이 맞는 말을 했지만 팬들은 이정훈의 글을 보고 나서 분노했다. 이정훈이 불법 베팅자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프로리그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옵저버가 볼 정도였으면 분명히 이정훈의 시야에도 들어왔을텐데 그렇게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는 프로게이머라면 알아챌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건설되고 있던 가시촉수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정훈만 알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정훈의 개인 화면을 공개하라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정훈이 부인하면 그만이다. 유닛을 이동시키면서 이정훈의 시야에 들어왔더라도 이정훈이 보지 못했다고 하면 못 본 것이다.
이정훈을 비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타크래프트2를 사랑하고 이정훈을 응원했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정훈 스스로 증명할 때다. 봤느니, 못 봤느니 해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프로리그나 개인리그 무대에서 증명해야 한다.
'해병왕'이라 불리며 스타2 초창기 인기를 떠받치던 이정훈이었다.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비행기 삯이 없어 못 나갈 것 같다는 글에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줄 정도로 사랑 받았던 이정훈이다. 스타2 선수로 은퇴를 선언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로 전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팬들은 복귀 이후 2014년 핫식스컵 라스트 빅매치에서 결승까지 오르면서 살아났던 이정훈의 경기력에 기대를 걸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훌륭한 플레이로, 멋진 경기로, 지더라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경기력으로 이정훈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좋은 해명 방법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