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죽음의 D조에서 탈락하고 난 뒤 마음을 추스르는데 조금 힘들었습니다. 실력이 부족했음을 느꼈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리그를 좀더 재미있게 만들고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위해 조금은 오버해서 도발했던 것이 팬들에게는 건방지게 보인 것 같아 미안하면서 속상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기 시즌에는 더욱 겸손한 모습으로 더 많이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저를 응원해 주신 팬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원창연이 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래도 '원창연의 승부 예측'을 통해 팬들을 계속 만나게 돼 기쁩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분석으로 경기를 재미있게 보는 포인트를 집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집안 싸움의 종결판
김승섭과 정세현의 맞대결은 사실상 집안 싸움입니다. 현재 두 선수는 같은 집에 거주하며 스쿼드 선택부터 연습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두 선수는 8강에서 맞붙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김승섭과 정세현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사이가 됐죠.
정세현의 특기인 드리플 패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는 아마도 김승섭일 것입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이번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비시즌 동안 엄청난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상황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습 때는 8대2 정도로 김승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사용하는 모니터가 김승섭이 지금까지 계속 사용했던 모니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기 때문인지 김승섭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김승섭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연습 때 승률이 좋지 않은 정세현이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죠. 물론 정세현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긴장만 하지 않는다면 승부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08 드록바를 주목하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10 드록바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정세현과 김승섭은 08 드록바를 선택했습니다. 08 드록바는 몸싸움이 좋고 헤딩에 능합니다. 한방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골 결정력이 높기도 하죠.
선수들이 08 드록바 대신 10 드록바를 사용하는 이유는 왼발과 오른발 능력치 때문입니다. 통상 주로 쓰는 발의 최대 능력치가 5인데 08 드록바의 오른발 능력치는 5, 왼발 능력치는 3입니다. 이에 비해 10 드록바는 오른발 5, 왼발 4로서 어떤 발을 사용해도 패스나 골 실수가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이유 때문에 10 드록바를 사용했는데요. 최근에는 08 드록바가 더 경기를 풀어나가기 좋은 것 같습니다. 김승섭과 정세현 모두 08 드록바를 사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따라서 두 선수의 경기는 08 드록바를 누가 실수를 덜 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쿼드가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여기도 집안싸움! 강성훈 vs 안천복
김승섭과 정세현처럼 동거 생활을 하는 정도의 친분은 아니지만 강성훈과 안천복도 집안 싸움입니다. 지난 챔피언십 시즌1에서 강성훈과 안천복은 저와 함께 언리미티드라는 팀을 이뤄 팀전에 참가한 적이 있죠.
두 선수 역시 서로를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팀전을 하면서 1대1, 2대2 대결을 엄청나게 소화하면서 안천복과 강성훈은 서로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두 선수와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예측하기 더 쉬울 듯 합니다.
우선 안천복은 기본기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요. 이에 비해 강성훈은 화려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입니다. 강성훈은 플레이가 세밀합니다. 키보드 유저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스틱 유저만의 섬세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또한 드리블을 할 때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심리전에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만약 이 심리전에 안천복이 말려 든다면 힘든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강성훈의 우세가 점쳐집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