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잠자리 버릇이 고약한 선수들과 한 방을 쓰게 되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특히 이를 갈거나 코를 심하게 고는 선수들과 잠을 자는 일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죠. 적응하기 전까지는 매일 잠을 설치다가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 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A 선수와 한 방을 쓰던 B 선수는 C 선수와 술 한잔 하면서 A 선수의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그러자 C 선수는 동병상련이라며 함께 방을 쓰는 D 선수의 이갈이에 자신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죠.
그날 술을 거하게 마신 B, C 선수는 숙소로 돌아가 A 선수와 D 선수에게 "더 이상 방 같이 못쓰겠다"고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술 기운을 빌려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지만 A, D 선수는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우리 둘이 방을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A, D 선수가 한 방을 쓰게 되자 선수들은 곧바로 내기에 들어갔습니다. 과연 누가 더 강한 잠버릇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설전이 오갔습니다. 누가 먼저 항복을 선언하고 나올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일주일이 지났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두 선수는 전혀 불평불만 없이 일주일을 잘 보냈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A 선수는 "머리만 대면 자기 때문에 아직 D 선수의 이갈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게도 D 선수 역시 "음악을 듣다 자는 것이 버릇이기 때문에 A 선수의 코골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2주째 되는 날 드디어 한 선수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코골이의 최고봉 A 선수였습니다. 머리만 대면 자던 A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결국 D 선수의 이갈이 소리를 듣고 만 것이죠. A 선수는 이틀 밤을 새다가 결국 "방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신의 이갈이 버릇 덕분에 D 선수는 혼자 방을 쓰는 영광을 누리게 됐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4명, 5명씩 잤지만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 선수는 비시즌 동안 코골이 수술을 해 선수들과 함께 방을 썼다고 합니다.
이갈이로 숙소에서 스위트룸을 선점한 D 선수가 진정한 위너가 아닐까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