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현실에서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일들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공유의 필요성을, 잠에서 깬 시점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전업 주부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켠으로는 부러움을 자극하면서 한 편으로는 '나도 저래야 하는데'라는 위기감을 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들은 오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상암동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5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가족 행복을 플레이해요'라는 모토로 진행되는 이번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은 가족 단위로 참가해 e스포츠 행사와 게임 행사를 동시에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는 꽤 많다. 중학생 이상의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온라인3, 하스스톤 등 PC 또는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모두의 마블, 모두의 쿠키 등은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형제와 자매가 함께 참여하거나, 부모가 선수가 되고 아들과 딸이 코치 역할을 하는 모드가 있고 가족이 함께하는 팀전 모드 등 가족들이 호흡을 맞추는 프로그램도 많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이번 페스티벌은 온가족이 함께하는 축제다. 하지만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을 안고 있다.
20대부터 30대의 부모들은 게임에 대한 저항이 매우 적다.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 페미콤 등 가정용 게임기 등에 익숙하고 학창 시절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PC 게임을 즐기면서 e스포츠에 열광했기에 이해도가 매우 높다.
이 연령대의 부모들은 이번 페스티벌에 직접 첨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대부분 미취학 자녀를 갖고 있기에 아이들의 나이가 어려 가기가 쉽지 않다. 종목으로 선정된 게임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높기 때문이다. 게임에 가장 개방적인 세대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들을 데리고 즐길 수 있는 게임들-부모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이 라인업에 올라 있다면 참가에 대한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썸썸, 애니팡, 포코팡처럼 미취학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라인업에 넣는다면 어땠을까. 어린 아이의 공감대를 살 만한 행사라고 생각해야 부모들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쉬운 게임을 종목으로 선정해서 아이, 부모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게임과 e스포츠를 통해 건전한 게임 문화를 정착시키고 모든 세대와 가족 구성원이 게임을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체험의 축제라는 가족 e스포츠 대회의 취지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