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개막전에서는 승강전을 거쳐 롤챔스에 합류한 아나키가 나진을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미키갓'으로 유명한 아나키 손영민은 데뷔 무대에서 제드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여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팀과 경기 수 확대, 뉴페이스 출현은 환영할 일이지만 목요일 경기가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부분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평일 낮은 팬들이 현장 직관을 하기 어려운 시간대입니다. 아무리 e스포츠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팬들이라고 해도 학업이나 생업을 제쳐두고 현장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경로로 대회가 생중계된다고는 하지만 실시간으로 대회를 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이나 업무시간 도중 경기를 지켜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결국 열성 팬들도 실시간 관전보다는 경기가 끝난 뒤 VOD를 보거나 재방송을 보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죠. 결과를 모른 상태에서 벌어지는 명승부는 누가 일부러 연출하려 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VOD를 보는 것과 생방송을 볼 때 얻는 감동은 차원이 다릅니다. 현장 관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런 측면에서 롤챔스 목요일 낮 경기 강행은 리그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온게임넷은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절 평일 낮 경기를 치러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평일 낮에 진행된 경기에는 저녁 경기나 주말 경기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 수의 관중이 모였습니다. 관중석이 텅 비어 있어 카메라로 잡기 민망한 정도였죠. 롤챔스 목요일 낮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물론 대회 주최측도 사정이 있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주관 방송사인 온게임넷이 롤챔스에 프라임 타임을 모두 할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겠죠. 일주일에 나흘이나 저녁 프라임 타임에 롤챔스를 편성하면 온게임넷이 다른 종목이나 게임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미 블리자드 하스스톤 리그를 방송하고 있는 온게임넷은 히어로즈 리그도 준비하고 있어 롤챔스 저녁 시간 편성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주 1일 정도는 온게임넷 중계를 고집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중계하는 것은 어떨까요. 스포티비 게임즈나 곰exp, 아프리카TV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들 방송국은 이미 충분한 e스포츠 중계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고 팬들의 접근성도 높습니다. 충분히 롤챔스를 소화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온게임넷 입장에서 라이엇게임즈와 함께 키워온 롤챔스를 다른 방송 사업자에게 나눠주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독 중계를 위해 낮 경기를 강행하며 롤챔스 인기가 줄어드는 것보다 양대 방송국 체제를 통해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온게임넷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롤챔스 낮 경기로 인한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여러 지표가 저녁 경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그의 롱런을 위해 평일 낮 경기 강행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런지요.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