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동안 시즌1 우승팀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이하 FM)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와일드 카드 선발전인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승을 거두면서 국제 무대를 향한 새로운 한 걸음을 이어나갔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리그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도 비시즌 동안 각 팀들은 새로운 시즌을 향한 리빌딩을 진행했습니다. 주목할만한 리빌딩은 바로 한국인 선수 영입이었습니다. 시즌1에서 4위에 머물렀던 오존 램페이지는 전남과학대와의 협력을 통하여 코치 1명과 선수 2명을 영입했습니다. 정글러 이문용(아이디 Doad), 서포터 전정훈(Dara), 코치로 이준용(Dragon)을 영입한 것이지요. 오존 램페이지는 다른 팀보다 한 발 빨리 숙소에 선수들을 합류시키면서 일본 생활 적응은 물론 팀워크 다지기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시즌1 준결승에서 석패하며 3위에 머무른 세븐스 헤븐(7th heaven)은 팀 이름을 이모탈 세븐스 헤븐(Immortals 7th heaven)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코치와 선수 2명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죠. 조이럭이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윤덕진을 코치로, 제닉스 스톰 출신의 카타리나 장인 'Alvingo' 최병철, 마이다스 피오 출신의 오영교가 합류했는데요. 영입이 확정되어 발표되자 일본 팬들에게는 'Alvingo' 최원철의 카타리나를 직접 볼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시즌1 챔피언도 리빌딩을 감행했습니다. 데토네이션 FM은 정글러에 'Rokenia' 전영대를, 서포터에 'Hwang' 황영식을 영입했습니다. 전 시즌 코치와 선수를 병행한 서포터 'KazuXD' 스즈키 카즈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전력을 보강을 꾀하는 리빌딩인데요. 특히 새롭게 합류한 서포터 황영식은 일본 거주 경력이 길어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전영대도 쉽게 팀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총 6개팀으로 이뤄진 LJL에 3개팀에 한국인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개막전부터 기대를 모았습니다. 개막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개막전의 최고의 핫이슈였던 경기는 바로 데토네이션 FM과 이모탈 세븐스 헤븐의 대결이었습니다. 기존 경기력도 리그 최상위권의 팀이었지만 한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새롭게 팀을 리빌딩한 두 팀이 맞붙어 관심은 고조됐죠. 특히 이모탈 세븐스 헤븐의 'Alvingo' 최병철에 대한 일본 팬들의 기대가 상당했습니다.
사실 데토네이션 FM에 합류한 한국인 선수들은 이전에 프로게이머 활동을 한 경력이 없는지라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지고 실력이 검증된 한국인 선수들을 영입한 임모털 세븐스 헤븐의 승리를 점치는 팬들이 많았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밴픽 단계에서 카타리나를 밴한 데토네이션 FM은 시종일관 최병철을 견제했습니다. 최병철은 카시오페아로 경기를 풀어갔는데요. 'Rokenia' 전영대의 그라가스가 날카로운 갱킹으로 몇번이고 킬을 따내면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킬 스코어에서 앞서 나가자 한국인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되어 대규모 교전에서도 멋진 연계 플레이를 몇 번이나 선보였습니다.또 서포터 황영식도 알리스타를 플레이하며 팀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데토네이션 FM은 시즌1 챔피언 팀으로서의 관록이 빛나는 경기였습니다.
오존 램페이지는 시즌1 준우승팀인 래빗파이브와 경기를 가졌습니다. 초반 크루즈 라스컬 제스터에서 이적해온 정글러 'Rainbrain' 이와사키 신의 갱킹에 휘둘리며 몇 차례의 위기를 맞았으나 리 신으로 플레이한 'Doad' 이문용이 꼭 필요한 타이밍에 갱킹에 성공했고 브라움으로 플레이한 'Dara' 전정훈의 매서운 궁극기 활용 덕분에 불리했던 경기를 뒤집어내며 승리를 챙겼습니다.
이렇게 1주차 경기는 한국인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린 가운데 경기를 마쳤습니다. 1주차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일본 무대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한국과는 다른, 여러가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모두 경기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다라며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줬습니다.
승리한 선수도 있고 패배한 선수도 있지만 개막전으로 리그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번 주에도 2주차 경기가 예정돼 있기에 개막전에서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여 새롭게 경기에 임할 준비를 모두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 e스포츠의 시스템이 완전하게 자리잡지 못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한국인 선수들은 단지 자신의 선수 활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일본 e스포츠와 함께하는 개척자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선수와 리그가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일본 e스포츠에 뿌리를 깊이 내려주길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이 선수들의 활약을 많이 기대해주세요.
김성환 산코 e스포츠 코디네이터
*사진=산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