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는 서머 시즌부터 10개 팀이 두 번의 3전2선승제 풀리그를 치르는 방식을 도입했다. 8개 팀의 풀리그 두 번으로 치러졌던 스프링 시즌이 총 56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시즌은 90경기로 매치업이 늘어났기에 목요일까지 경기를 치르면서 주 4일 경기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피치 못할 상황이다.
서머 시즌 초반 온게임넷은 수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은 오후 5시에 생중계를 시작하지만 목요일에는 오후 2시를 택했다. 목요일에 다른 리그를 중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목요일 프라임 타임에는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블레이드 & 소울 토너먼트가 편성되어야 했다. 그리고 목요일에 하루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이 다가오자 온게임넷은 롤챔스를 낮 12시로 시간대를 앞당겼다.
평일 낮 12시는 팬들에게 죽음의 시간대다. 직장인은 일을 해야 하고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휴가를 따로 내거나 공휴일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직접 보기 어렵다. 멀티 플랫폼 시대이기에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기기, PC에서 시청할 수 있겠지만 본업을 뒤로 한 채 몰래 보는 상황임은 틀림 없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의 스포츠화를 추구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로서는 낮 12시 생중계를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의 프라임 타임은 주중에는 오후 5시 이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사의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로 시청률이나 동시 시청자 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롤챔스의 시간대가 프라임 타임 훨씬 이전에 열리면서 밀리는 느낌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라이엇게임즈가 엔씨소프트보다 e스포츠 리그와 온게임넷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있기에 시간대가 밀리고 관객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시간대에 생방송이 편성되는 것인지 의심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게임 방송사 입장에서 여러 종목사가 여러가지 게임으로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각 종목사마다 프라임 타임을 원하고 1주일이 7일밖에 되지 않으니 온게임넷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와 온게임넷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종목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 올렸다. 서로 협력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서로 양보하면서 확고한 위상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챔스 뿐만 아니라 월드 챔피언십 전경기 생중계, 한국에서 개최된 월드 챔피언십 제작 등 많은 일을 해냈다.
하지만 앞으로 방송 환경,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온게임넷은 롤챔스 뿐만 아니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라는 새로운 AOS 장르의 게임을 중계한다. 또 엔씨소프트와 같이 e스포츠에 열의를 가진 게임사가 나타나면 새로운 종목을 영입할 수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게임사가 등장한다면 롤챔스에 두는 비중은 서서히 낮아질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종목사가 과감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낫다. 게임 방송사가 온게임넷만있다면 어쩔 수 없이 끌려 가야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스포티비 게임즈가 훌륭하게 방송 제작을 맡고 있기 때문에 대체재가 있다. 만약 인터넷 중계만 원한다면 아프리카TV나 곰exp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롤챔스는 한국의 e스포츠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리그다. 라이엇게임즈가 2012년부터 이어온 온게임넷과의 파트너십에 연연하기 보다는 한국 e스포츠의 양적, 질적 성장을 고민할 시기다.
팬들이 원하는 시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또한 종목사가 해야 할 일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