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은 날씨다. 스타1 시절 결승전은 반드시 야외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큰 이슈였다. 여름이나 가을처럼 밖에서 관전하기 좋을 때에는 야외에 특설 무대를 마련하기 때문에 비는 최고의 적이었다. 결승전 날짜와 장소를 확정한 뒤에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학수고대한다. 매일같이 해당 날짜의 현지 날씨를 체크하고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2번은 매치업이다. 피해야 하는 매치업 1순위는 같은 종족끼리 경기를 펼치는 일이다. 스타1 때에는 저그전이 최고의 기피 동족전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드론 한 마리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미묘하고 재미있는 대결이지만 시청자나 팬 입장에서는 나오는 유닛이 한정되어 있기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경기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시청률도 낮을 가능성이 많았다. 2순위는 같은 팀간의 대결이었다. 개인리그 결승이긴 하지만 다른 팀 선수들끼리 맞붙는다면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오기도 하지만 같은 팀 선수끼리 결승을 치르면 집객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지난 20일에 열린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의 결승전은 두 가지 악재에다 사상 초유의 역병까지 합류하면서 삼재(三災)를 맞았다. 5월말 발생한 메르스가 한국 지역을 덮치면서 많은 인원이 모이는 야외 행사는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부 권고가 내리는 등 우리나라 전체가 메르스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스포티비게임즈는 이번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을 앞두고 야외 무대에서 결승전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스타2 개인리그는 어느 순간부터 본선이 치러지던 스튜디오에서 결승을 여는 것이 관례가 되어버렸다. 스타1 시절 매 결승마다 넓은 장소를 찾아 화려하게 무대를 연출했지만 스타2에서는 없던 일이 된지 3년째다. 스포티비 게임즈가 스타2 개인리그의 결승에 대한 관례를 깨겠다고 나서자 팬들은 박수를 보냈고 스포티비 게임즈도 야심차게 세빛섬에서 치러질 결승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메르스로 인해 야외 행사에 대한 자제 권고가 들어오면서 스포티비 게임즈는 야외 결승전 행사를 취소했다. 팬들은 아쉬워했고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결승전을 통해 스타2의 인기가 살아나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무산됐기 때문이다.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린 20일은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야외 결승전을 취소하길 잘했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비 오는 날 야외 에서 진행하는 결승전이 팬들에게 얼마나 최악의 관전 환경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팬들도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메르스로 인해 대중 교통 이용자도 줄어든 상황에서 비 속을 뚫고 500여 명이 넥슨 아레나를 가득 채웠다. SK텔레콤 T1 소속인 김도우와 조중혁으로 매치업이 결정되면서 동족전은 아니지만 동일팀 경기였지만 팬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팬들의 성원 속에 펼쳐진 결승전에 감탄한 블리자드는 현장에서 피자 선물을 돌리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세빛섬에서 결승전을 치르려 했지만 초유의 역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인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결승전은 우연히 내린 비를 피했고 많은 팬이 찾아 오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현장을 찾아온 팬들이다. 매치업이 어떻든, 장소가 어떻든, 날씨가 어떻든, 메르스가 어떻든 스타2를, e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이 진정한 주인공이고 승자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