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4강 경쟁을 벌일 것으로 지목됐던 팀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포진한 형국입니다. 상위권 팀들은 하위권 팀과의 경기에서 승수를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아나키가 개막전에서 나진을 제압한 것을 제외하면 큰 이변이라 할 경기도 없었습니다. 전력이 좋은 팀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을 잡는 결과가 시즌 내내 이어졌습니다.
이는 롤챔스가 3전2선승제로 진행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판 승부의 경우 선택금지에서의 변칙적인 전략이나 과감한 초반 전략 등으로 인해 약팀이 전력 격차를 극복하고 강팀을 잡을 여지가 있지만 3세트 중 두 판을 따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칙 작전에 첫 세트를 내준 강팀이 2세트부터 상대 핵심 픽을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나진이 아나키에게 패한 것도 롤챔스 데뷔전을 치르는 아나키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나진이 허를 찔린 영향이 큽니다. 나진전 이후 아나키는 상대 팀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3전2선승제 진행 방식은 주 4일 경기와 맞물리면서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습니다. 최대한 초반 전투를 자제하고 CS 수급을 통해 성장한 뒤 드래곤이나 내셔 남작 출현 시점에 억지로 교전을 열고 이기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는 지루한 양상의 경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한 경기를 제대로 준비하기 보다는 기본기 위주로 승부를 보는 팀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시즌 롤챔스가 3전2선승제가 아닌 단판이나 두 세트만 진행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면 어땠을까요. 강팀들과의 경기서도 한 세트씩은 꾸준히 챙긴 아나키는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1대2 패배가 많았던 삼성 갤럭시 역시 지금보다는 순위가 높았을 것 같습니다.
경기 내용 역시 한층 박진감 넘쳤을 것 같습니다. 한 세트만 따내면 승리가 확정되거나 최소한 무승부를 이끌어내 승점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약팀들도 최대한 사력을 다해 매 경기에 임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첫 세트를 내주고 난 뒤 2세트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반복하는 팀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을 지닌 팀들도 여유를 부릴 상황이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중국 LPL과 대만/홍콩/마카오 지역 리그(LMS 리그)는 2세트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북미와 유럽 LCS는 단판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LoL 메이저 리그 중 유독 한국의 롤챔스만 3세트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요. 리그의 질적 향상이나 순위 경쟁에서의 변수를 위해 세트를 줄이는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