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기자석] 한지원 눈물의 의미

[기자석] 한지원 눈물의 의미
준우승한 선수가 모두 울지는 않는다. 한 끗 차이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아쉬움 속에서 미소를 짓는 선수가 더 많다. 어느 순간부터 e스포츠는 준우승한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팬 문화가 형성됐다.

우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눈물은 억울함이 아닌 아쉬움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아껴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때문이다. 그리고 한지원처럼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자신에 대한 기특함 등 많은 감정이 섞여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지원의 프로게이머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10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당시 하이트 스파키즈(전 온게임넷 스파키즈)에 입단했지만 하이트 스파키즈가 CJ 엔투스로 흡수되면서 잠시 CJ 소속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내 적응하지 못하고 그해 12월 삼성전자 칸으로 이적하면서 꿈을 키웠다.

2011년 연습생 신분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한지원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2년 3월 한지원은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전향한 뒤 외국팀인 프나틱에 입단했고 그해 12월 또다시 IM 소속 선수가 됐다.

소속팀을 5번이나 옮기면서 한지원은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 적응할 만하면 팀을 옮겼고 옮긴 팀에서도 기존 선수들에게 치여 자신만의 연습 시간을 갖지 못하는 등 주목 받지 못했다. 꾸준히 GSL 코드A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팬들 기억에서 잊혀졌다.

이 팀, 저 팀을 떠돌아 다니면서 한지원이 이뤄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지원이 소속됐던 팀 코칭스태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실한 선수"라는 말이 돌아왔다. 잘하는 선수라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연습했던 것이 한지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바로 CJ 엔투스에 입단하면서부터 말이다.

한지원이 CJ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팀을 이끌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용운 감독은 "성실하다"는 평가 하나로 한지원을 데려왔다. 한지원에게 에이스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한 적도 없다. 그저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테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게 연습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CJ에 정착한 한지원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2010년부터 항상 열심히 연습했던 그가 안정적인 환경을 만나게 됐고 항상 주변에서 챙겨주는 코칭 스태프가 존재하다 보니 한지원은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프로리그, 개인리그 넘나들며 맹활약했고 최고의 저그에 이름이 언급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지원이 GSL 결승전 현장에서 준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흘린 것은 스스로 지금까지 견뎌온 것에 대한 대견함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준우승밖에 못했다는 회한의 눈물도 억울함의 눈물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경기를 보러 와준 부모님과 팬들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은 섞여 있었을 것이다.

한지원의 눈물을 보며 미소를 지은 사람이 분명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눈물이 단지 졌다는 억울함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기 때문에 우리는 한지원의 눈물에 따뜻한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아무도 한지원을 그저 그런 저그로 평가하지 않는다. 한지원은 결승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개인리그 성적이 좋지 않아 팀리그에서 잘해도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리그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 그 이유 때문에 개인리그에서 우승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한지원은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강한 선수로 인정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한지원이 패한 원인은 하나, 간절함이 너무 강했다. 때로는 강한 집념이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우승자 정윤종은 "마음 편하게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지원에게는 앞을 바라보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한지원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누구도 한지원을 약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가 달라졌음을 깨닫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위해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준우승자답게 한층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축하 받아 마땅한 준우승이라는 타이틀, 다시 한번 진심으로 한지원 선수의 준우승을 축하한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1패 +32(35-3)
2한화생명 14승4패 +19(30-11)
3디플러스 13승5패 +13(29-16)
4T1 11승7패 +6(25-19)
5KT 9승9패 -2(21-23)
6BNK 8승10패 -7(17-24)
7광동 7승11패 -2(21-23)
8농심 5승13패 -14(13-27)
9DRX 4승14패 -20(10-30)
10OK저축은행 2승16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