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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명장의 조건

조중혁을 격려하는 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왼쪽).
조중혁을 격려하는 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왼쪽).
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이 프로리그 3라운드 우승 후 인터뷰를 통해 엔트리에 대한 생각과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덤덤하지만 강한 어투로 털어놓은 최 감독의 말에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 감독은 "성적만 좋다고 엔트리에 내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도 엔트리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연성 감독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팬들 역시 댓글로 "왜 OOO을(를) 내보내지 않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연성 감독의 엔트리에 대한 철학은 결과적으로는 옳은 듯 보인다. SK텔레콤은 2014년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던 주요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난 2015 시즌에도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벌써 두 번의 라운드 우승을 이끌었다.

최연성 감독은 "팬들이 엔트리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지만 코칭 스태프는 엔트리를 선정하면서 엄청난 고민을 한다"며 "그 선수를 그 타이밍에 내보내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인데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을 보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감독들의 엔트리를 두고 경기에서 패하면 팬들이 '발트리'라고 부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SK텔레콤 등 강한 팀들에게 팬들은 더 가혹한 잣대를 적용했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코칭 스태프의 고민과 분석 등 그들의 노력들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최연성 감독이 우승한 자리에서 엔트리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이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 선수를 내지 않았다'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감독이 이 선수를 선택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팬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감독과 코치 등 코칭 스태프의 노력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결승전에서 선봉으로 나선 이신형을 보면 최연성 감독의 선수 관리 능력을 알 수 있다. 연패의 늪에 빠져 힘들어 하고 있는 이신형에게 최연성 감독은 엔트리 배제로 승부욕을 자극했다. 당장 실력의 문제가 아닌 자신감의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던 이신형은 드디어 결승전을 앞두고 최연성 감독에게 "왜 나를 쓰지 않냐"고 대들었다. 그때 최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신형의 자존심 덕분에 자신감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최연성 감독은 경기력에 문제가 없지만 자신감 하락으로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이신형을 계속 내보나는 것은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신형이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고 기회가 오자 최연성은 선봉으로 이신형을 내세웠다. 이신형은 선봉으로 출전해 2킬을 기록하면서 팀 우승에 공을 세웠고 부활의 날갯짓을 보여줬다. 만약 연패에 빠졌을 때 이신형을 계속 경기에 내보냈다면 자신감 회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연성 감독의 고민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연성 감독은 한 선수가 빠졌다고 무너지는 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수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SK텔레콤은 실제로 강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제는 최연성 감독의 진심을 이해하고 응원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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