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현장 이벤트도 리그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데 한 몫 했다. 살모사 이벤트, 프로포즈 이벤트 등 팬들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늘어나면서 어떤 대회보다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수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16강이 분리돼 치러진 이번 KeSPA컵은 뒤쪽 경기에 배치된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숙소 위치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좌우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KeSPA컵 16강은 월요일에 6경기가 치러졌고 5일 후인 토요일에 16강 남은 두 경기가 열렸다. 게다가 16강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8강을 위해 기약 없이 경기장에서 대기해야 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은 상황이 펼쳐졌다.
게다가 숙소 위치라는 외부적인 환경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중혁의 경우 바로 근처에 숙소가 있어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했고 대기 시간도 연습실에서 보냈지만 일산이 숙소였던 조성주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승패가 이 때문에 갈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은 기정 사실이다. 컨디션 조절도 선수의 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숙소 위치까지 선수의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16강 뒷경기에 배치된 선수들은 4강에서도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우선 월요일에 16강을 마친 선수들은 8강과 4강에 대한 것들을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었다. 박령우는 4강전에서 테란과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 8강과 4강을 집중해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중혁과 조성주는 16강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앞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보다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중혁도 4강에서 박령우에게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은 경기 방식 때문에라는 변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공정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차라리 16강을 한 날에 모두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16강을 5전3선승제에서 3전2선승제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세트수를 줄일 수 없다고 한다면 경기를 일찍 시작하거나 전 경기를 모두 방송하지 않고 4경기만 선별해 방송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16강이 한 날에 치러지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e스포츠의 근간은 팬들이라고 하지만 선수들 없이 팬들도 존재할 수 없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리그에 팬들은 더 환호를 보낼 것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