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프랑스에 3대0으로 패했지만, 조별리그에서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을 상대로 보여줬던 여성선수들의 투지는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지난 6월 중국에서는 약 3주간 열린 2015 롱주 게이밍 퀸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의 IM 아테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IM 아테나는 중국 여성팀들을 상대로 전승 우승을 거뒀고, 특히 결승전에서는 단 하나의 포탑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상금 7만 7천 위안(한화 약 1400만 원)을 거머쥐며 한국 여성 게이머의 위상을 대륙에 널리 떨쳤다. 규모면에서 비교될 수 없겠지만 여자 축구팀 못지않은 국위선양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스포츠 종목이 있지만 인기 있는 여성리그는 그리 많지 않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로 여성리그는 남성들의 경기에 비해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게임인구가 아무리 전에 비해 늘었다고 해도 남녀성비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여성리그가 개최되는 빈도와 출전하는 선수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력 또한 앞서 나열한 조건들과 비례한다.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리그는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개최되고 있는 여성리그들에 더욱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e스포츠 업계는 여성이 참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언제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다. 예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e스포츠 경기장을 찾고 있지만, 이제는 관람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여태껏 많은 e스포츠 대회와 팀들은 IT와 밀접하게 관련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후원을 받아왔다. 가끔 펩시나 핫식스 같은 음료기업들이 참여했지만 여전히 큰 손은 IT업계다.
여성리그의 규모가 지금보다 10배 정도 확대된다면 어떨까. 화장품을 비롯해 패션, 요식, 여행업계 등 여성들의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이 후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e스포츠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투자대비 홍보효과가 좋은 종목으로 손꼽힌다. 여성리그에 투자한 기업이 만족스러운 홍보효과를 누리게 된다면 그 다음 투자는 더 커질 것이고 이는 e스포츠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여제' 서지수의 전성기 시절 영향력을 떠올려보자. 서지수 같은 선수가 10명만 나타나도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아프리카TV LOL 레이디스 배틀 서머시즌이 시작됐다. 여성 선수들은 진지하게 임했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의 관심은 경기보다 선수들의 외모에 쏠렸다. 이로 인해 경기 후 선정된 MVP가 패배한 팀에서 가장 외모가 뛰어난 선수로 뽑히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모에만 관심을 가져도 좋다. 그 다음은 관심사는 경기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이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노출경쟁을 하는 이유와도 같다. 아무리 좋은 곡을 들고 나와도 외모로 주목받지 못하면 노래를 들려줄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지"라고 말해도 정작 좋은 노래를 찾아듣기 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가수들의 노래를 접하기가 쉬운 세상이다.
대회를 주최한 아프리카TV가 대회 오프닝 영상에 큰 공을 들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 레이디스 배틀의 오프닝 영상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들을 만큼 잘 뽑아냈다. 미모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여성 선수들을 전면에 배치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18일 조지명식을 진행한 여성 스타2 리그인 WSL 시즌3에 연예인 지망생이 대거 출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이즈 마케팅 논란을 의식하면서도 '초짜'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회에 출전시킨 것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그렇듯, 아무리 좋은 대회를 만들어도 관심 받지 못하면 끝이다.
지금까지 여성리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남은 것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몫이다.
여자 아이돌 그룹이 노출로 떴어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금세 가라앉는다. 대회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은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실력으로 보답해야한다. 더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한다. 내세울 것이 외모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여성 선수들의 외모에서 수준 높은 경기로 눈을 돌릴 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여성리그가 발전하면 IM 아테나와 같은 강팀이, 서지수 같은 슈퍼스타가 더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모든 종목의 여성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길 바란다. 냉정하게, 다음 기회는 영영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