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의 한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온 종이접기 김영만 선생님이 방송에서 던진 한마디에 20~40대 어른들의 감성이 폭발함 화제를 모았다. 김영만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백종원을 누르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기적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20~40대에게 건넨 김영만 선생님의 한 마디 "잘 잘라줬다, 꼬딱지들"이라는 말 덕분이다.
지난 26일 e스포츠에도 '잘 자라준' 성인들이 경기장을 꽉 채워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20~40대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치러진 스베누 스타리그 2015 시즌2 8강 김택용과 김명운 경기에 무려 500명이 넘는 관중들이 몰리며 기적을 만들어냈다.
500명이 넘는 관중들 중 10대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어느 새 중년을 향해 달려가는 어른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그리고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눈 속에는 추억들이 서려 있었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눈을 반짝이며 경기를 관람했다. 그들에게는 누가 이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힐링이 되는 모습이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기사에 '추억팔이 그만하라'는 댓글이 많이 올라온다. '추억팔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팔이'에 그친다면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500명 모두 그저 '추억팔이'의 희생양인 것일까. 온라인으로 지켜본 8만이 넘는 사람들, 그리고 TV앞에서 경기를 시청한 많은 사람들 모두 '추억팔이'에 휩쓸린 것일까.
경기가 끝난 뒤 김택용이 들었던 가장 많은 말은 "고마워요"였다. 현장에서 김택용을 이끌고 기자실로 데려가는 동안 팬들은 김택용을 보며 "멋진 경기 보여줘 고맙다", "오랜만에 행복한 경기를 본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듣는 기자도 뭉클할 정도로 이제는 굵은 목소리의 남성들은 그들만의 힐링 시간을 가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는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같은 존재다. 단순한 '추억'이 아닌 '힐링'이고 '안식처'다. 지난 26일 김택용과 김명운은 명경기를 선사하며 취업과 생활에 지친 20~30대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줬다. 사실 기자 역시 대학생 때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스타리그 결승전을 지켜봤던 때로 돌아가 제대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어디 있단 말인가.
'추억팔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추억'과 함께 '힐링'과 '기쁨'과 '행복'을 동시에 팔고 있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콘텐츠가 있을까? '추억팔이'라고 치부하며 콘텐츠 가치를 떨어트리기 보다는 그로 인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존중해 주기를 바라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