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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이영호, 베스트 셀러에서 스테디 셀러로

[기자석] 이영호, 베스트 셀러에서 스테디 셀러로
#1.
2007년 4월 10일.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의 기자실에 중학생이 들어왔다. 윤용태와 김택용이라는 한빛과 MBC게임의 에이스를 연파한 소년은 젖살과 덧니가 도드라졌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이 소년은 2전 전승으로 듀얼 토너먼트 2라운드를 통과해 스타리그 본선에 올라갔다. 최고의 프로토스를 격파한 소년에게 기자들은 나이를 물어보기에 바빴고 역대 스타리그 본선 진출자 가운데 가장 어리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영호의 공식 데뷔 무대였던 다음 스타리그 2007에서 이영호는 4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연소 시드자였다.

[기자석] 이영호, 베스트 셀러에서 스테디 셀러로

#2.
2011년 8월 19일.
KT 롤스터와 SK텔레콤 T1의 신한은행 스타리그 10-11 시즌 결승전이 열리던 날. KT 롤스터의 대기실에는 못 보던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물리 치료사였다. 오른쪽 팔에 신경이 웃자라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호소했던 이영호를 위한 배려였다. 경기를 치르지 않을 때 마사지를 받으면서 부상 투혼을 발휘한 이영호는 5세트와 7세트에서 도재욱을 두 번 꺾으면서 KT의 4대3 승리를 만들어냈다. 며칠 뒤 이영호는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3개월 가량 재활 치료를 받았다.

#3.
2012년 4월 8일.
프로토스 최강이라 불리는 SK텔레콤 김택용과 테란 최강 이영호가 에이스 결정전에서 맞붙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이 3대3까지 흘러가자 SK텔레콤과 KT는 최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맵은 '체인리액션'. 누가 봐도 프로토스의 압승이 예상됐다. 이영호는 김택용의 공격을 열심히 막았다. 김택용의 맹공이 모두 막히다 보니 '이러다가 이영호가 이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경기장은 술렁거렸다. 이영호는 자원을 가져가지 못했고 뒷심이 달리면서 패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만으로 진행된 마지막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이영호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팬들에게 '최종병기'라는 단어로 기억된다. 김동수가 해설자 생활을 잠시 접고 KTF 매직엔스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할 때 지은 별명인 최종병기는 스타1 선수로 뛰는 내내 이영호와 잘 어울렸다. 스타리그와 MSL을 각각 3번씩 가져갔고 프로리그 다승왕을 밥 먹듯 차지했으며 승자 연전 방식으로 진행된 위너스리그에서는 팀이 패배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출전, 32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영호 덕분에 KT 롤스터는 1등 게임단의 반열에 올랐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종목이 전환될 때 이영호는 갈등을 겪었다. 테란으로는 이기는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할 것 같았고 프로토스를 플레이했을 때에는 너무나 쉽게 이겼다. 스타1 시절 선방어 후공격을 선호했던 이영호는 스타2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프로토스에 애정이 갔다. 종족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이영호는 "팬들이 테란으로 플레이하는 이영호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주위의 말에 테란을 고수했다.

스타2에서 이영호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2~3개월 단위로 열리는 국내 개인리그에서는 8강에도 가보지 못했다. 팬들은 이영호에게 '스타1만 잘하는 선수'라는 낙인을 찍었고 이영호도 적잖이 고민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큰 인기를 얻었고 스타2가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택용이 은퇴를, 이제동이 미국행을 선택했다. 송병구는 플레잉 코치로 전환하면서 '택뱅리쌍'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기자석] 이영호, 베스트 셀러에서 스테디 셀러로

홀로 남은 이영호는 자존심 하나로 2015 시즌을 보냈다. 2014년 IEM 시즌9 토론토 대회에서 주성욱을 꺾고 스타2 첫 우승을 달성한 이영호는 2015년 초 극도의 부진을 경험했다. 개인리그 조기 탈락, 데뷔 후 프로리그 최다 연패에 빠지면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들었다.

이영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에 노력을 경주했고 17일 열린 프라임 황규석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프로리그 사상 처음으로 10 시즌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첫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영호는 분명 스타2 시대에 '최종병기'는 아니다. 스타1 때의 이영호를 기억하던 팬들에게 이영호는 너무나 많이 지는 선수, 새로운 흐름에 밀려난 선수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현실이다. 이영호도 인정한다. 1992년생, 24세라는 프로게이머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팀 동료들이 이영호에게 다가와 '팔 아프지 않냐?'라고 물어보면 '오늘 비가 오겠구나'라고 알 정도로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영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다 연승, 최다 우승 등 최고로서의 성적표를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이영호에게는 아직도 프로리그 300승, 최다 경기 출전 등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많다.

얼마 전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KBO 리그 400 홈런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영호도 e스포츠에서 장기적인 기록을 이어가길 바란다.

이영호가 베스트 셀러는 아니지만 스테디 셀러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길 기원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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