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글은 e스포츠 기사에 가장 많이 달리는 조롱 댓글 중 하나다. e스포츠 문화가 국내에 뿌리 내린지 십 수 년이 지났고, 그간 많은 것들을 이뤄냈지만 아직도 e스포츠를 폄하하는 댓글들은 곳곳에 보인다.
처음엔 위 댓글이 불편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 이상혁이나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같은 최정점에 있는 프로게이머들이 한국 e스포츠가 낳은 '열매'라면 PC방은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 모두가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프로축구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10부 리그 이하까지 운영되고 있다. 수준은 우리나라 동네 조기축구 수준과 비슷하겠지만 아래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1부 리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성공한 스포츠 시장은 대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유럽과 남미의 축구가 그렇고, 미국과 일본의 야구가 그렇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좁아진다. 맨 아래를 입문 과정의 아마추어라 본다면 가장 꼭대기 부분은 프로 레벨이다. 아마추어 풀이 클수록 재능 있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크다. 처음부터 프로를 꿈꾸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혹은 호흡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팀 단위로 대회에 출전해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국내 e스포츠가 오랫동안 세계 최정상에 설 수 있는 밑거름은 언제 어디를 가든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이라는 인프라가 잘 조성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KeG는 PC방 인프라를 잘 이용한 대회 중 하나다. 전국 PC방에서 예선을 치러 각 지역의 숨은 고수들을 발굴해냈고 결선을 통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PC방에서, 혹은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저 게임이 재미있어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든 상관없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주길 바란다. 게임을 즐기는 모두가 한국 e스포츠를 이끌어가는 뿌리다. PC방에 간다고 엄마에게 용돈을 조르는 철없는 꼬마가 미래에 세계를 호령하는 톱스타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