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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섹시한 프로게이머

[기자석] 섹시한 프로게이머
최근 스타크래프트2 테란 대 저그전의 가장 큰 화두는 '메카닉'이었다. 테란 선수들이 저그를 상대로 바이오닉이 아닌 메카닉 카드를 꺼내들며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벤시와 지뢰로 일벌레를 견제했고 지상에선 공성전차와 토르가 무시무시한 포격을 가했다. 공중은 바이킹이 장악했다. 바이킹을 잡기 위해 뽑은 타락귀는 공중전이 끝난 뒤 임무가 사라져 응원귀로 전락했다. 그래서인지 저그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메카닉 때문에 테란을 이길 수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저그가 매번 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저그에게 테란의 메카닉은 힘든 존재가 됐다.저그가 테란의 메카닉을 상대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4월 진행된 군단숙주 패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패치를 통해 군단숙주의 식충 생성이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뀌어 손이 많이 가게 됐고, 식충 재생성 시간도 25초에서 60초로 늘어났다. 필요한 광물은 200에서 100으로 줄었지만 가스가 100에서 200으로 늘어 자원 면에서도 부담이 됐다. 비행 식충이 추가됐지만 프로게이머를 비롯해 많은 저그 유저들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이로 인해 저그들은 군단숙주를 쓰지 않게 됐고,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군단숙주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그러나 진에어 그린윙스의 이병렬은 생각을 달리했다. 무덤 속 군단숙주를 꺼내와 승리를 거뒀다. 이병렬은 지난 6월 2일 프로리그 3라운드 CJ 엔투스전에서 프로토스 김준호를 상대로 군단숙주를 선보였다. 군단숙주의 비행 식충을 마치 테란의 공성전차처럼 활용했다. 언덕 밑에서 비행 식충을 만들어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고, 연결체를 3번이나 부쉈다. 연결체가 녹아내리는 속도는 공성전차보다 빨랐다. 생각지도 못한 전략에 당해 패배한 김준호는 GG를 친 뒤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고, 중계진은 이날을 군단숙주의 생일이라고 표현했다.

◇이병렬과 김준호의 프로리그 3라운드 데드윙 경기 영상
이병렬은 지난 18일 진행된 프로리그 4라운드 CJ 엔투스전에서도 군단숙주를 활용해 승리를 따냈다. 상대는 메카닉을 워낙 잘 사용해 '뿅카닉'이란 별명까지 붙은 정우용이었다. 이병렬은 빠르게 군단숙주를 뽑아낸 뒤 미사일 포탑을 파괴했다. 미사일 포탑이 사라지면 뮤탈리스크가 공격했고, 군단숙주를 엄호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재사용 시간이 길긴 했지만 식충을 생산하는 데는 자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병렬은 계속해서 정우용의 측면을 괴롭혔고, 지상병력으로 멀티를 흔들었다. 당연히 정우용의 메카닉 병력이 쌓이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이병렬은 멀티를 늘리며 자원을 확보했고, 히드라리스크와 무리군주, 살모사를 조합했다. 이병렬과 다른 저그의 차이는 그 다음 전투에서도 나타났다. 보통의 저그 선수들은 메카닉을 상대로 땅따먹기 싸움을 할 때 살모사로 공성전차나 토르를 빼앗아오지만 이병렬은 집요하게 바이킹만 노렸다. 살모사 아래에는 다수의 히드라가 배치돼 있었고, 바이킹은 딸려오는 족족 파괴됐다. 바이킹이 사라진 공중에선 무리군주가 활개를 쳤다. 정우용은 더 이상 멀티를 늘리지 못했다. 당황한 정우용은 정면 돌파가 아닌 빈집털이를 시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바이킹 수를 배로 늘렸고, 밤까마귀까지 다수 확보해 전투에 나섰다. 추적미사일로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자원이 넉넉했던 이병렬은 어마어마한 수의 울트라리스크를 뽑아냈고, 그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지상병력보다 바이킹이 많았던 정우용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결국 이병렬이 승리했다. 중계진은 진화하는 선수라며 또 다시 이병렬을 극찬했다.

◇이병렬과 정우용의 프로리그 4라운드 테라폼 경기 영상
이병렬의 플레이를 지켜본 다른 저그 선수들은 반색했다. GSL과 스타리그에서 모두 테란에게 패해 탈락했던 KT 롤스터 이승현도 인터뷰에서 "더 이상 테란의 메카닉이 두렵지 않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렬은 이 경기 이후 팬들로부터 '뇌가 섹시한 저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동안 유행했던'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표현을 차용한 것이다. 섹시하다는 표현은 성적 매력이 넘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병렬을 향한 섹시하다는 표현은 그만큼 '프로게이머'로서 최고의 매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매번 같은 것만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모습에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이병렬은 지난 2월 스포티비게임즈에서 진행한 10문 10답 인터뷰를 통해 '아임 섹시보이(I'm sexy boy)'라는 답변을 무의식중에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이병렬은 기발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진정한 섹시보이로 거듭났다.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이병렬과 같은 섹시한 프로게이머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 (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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