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경기를 지켜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몇몇 팀들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한 것이다. 여기서 '이길 수 있는 경기'란 유리한 상황에서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는 운영으로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를 내줬다는 뜻이다.
이런 모습은 주로 하위권 팀들에서 자주 보였는데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하다보니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이를 이용하지 못한 채 상대에게 역전의 빌미만 제공하기 일쑤였다.
중위권 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팬들이 비꼬는 '기적의 바론 오더'처럼 무리하게 바론을 사냥하다 상대팀에 덜미를 잡혀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아마 대기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코치진은 당장 부스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축구나 농구처럼 중요한 순간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면 어떨까. 코치진이 챔피언 밴픽 시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내내 부스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초반 라인전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어찌해야할지 몰라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던 하위권 팀들은 더욱 탄탄한 운영을 펼칠 수 있을 것이고, 밴픽 싸움에서만 보였던 코치진의 수 싸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스타 선수가 아닌 스타 코치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하위권 팀들은 현재보다 최소 1승에서 2승은 더 거둘 수 있을 테고, 이는 전체 순위에도 영향을 끼쳐 순위싸움에서 더욱 혼전 양상을 띠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경기의 질이 향상돼 팬들이 마음 졸이고 한숨 쉬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다른 일반 스포츠처럼 학원교육을 통해 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등 뒤의 코치진이 부담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제 기량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눈맵'이나 '귀맵'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 오더에 익숙해져 시키는 대로만 하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로부터 받는 부담감은 프로선수라면 응당 감내해야할 몫이다. '눈맵'이나 '귀맵'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 부스의 구조상 무대의 메인화면은 일부러 보려고 노력해도 볼 수가 없다. 방음도 잘 되는 편이고, 코치가 선수들과 대화하려면 어차피 헤드셋을 쓰고 있어야 한다. 관객석에서 정보를 전달 할 수 있지만 이를 지켜볼만한 여유가 있는 코치는 없을 것이고, 부정행위를 시도한 관객은 퇴장시키는 규정을 신설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발생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스 유리창에 시선차단필름을 부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신기기를 통한 외부로부터의 정보전달도 사전 검사를 통해 차단해야 한다. 오더에 익숙해지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운영이 습관처럼 몸에 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코치진의 밴픽 참여도 롤챔스에 도입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세트마다 선수를 교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입되기 전 논의단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의 질과 리그의 수준이 향상됐다. 보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e스포츠가 아닌 진짜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라이엇게임즈의 바람대로 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봐야 한다. 나는 코치가 부스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됐던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에서는 코치진이 부스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전문성을 갖춘 코치진은 매 라운드마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선수경력이 없는 코치들도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고 다독이며 제 역할을 다했다.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얼싸안으며 포효했다. 이런 역동적인 모습을 롤챔스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