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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도 O2O 시대

[기자석] 게임도 O2O 시대
넥슨은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마비노기 판타지 카페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매년 개최해왔던 '판타지 파티'를 대신해 여름방학기간에 맞춰 판타지 카페의 문을 연 것이다.

마비노기 개발을 총괄하는 김우진 디렉터는 "올해는 유저 분들과 조금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했고, 다른 유저들과 스스럼없이 모여서 마비노기에 관한 이야기 나누는 걸 즐겨하시는 유저분들께 조금 더 어울리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어 마비노기 판타지 카페를 진행하게 됐다. 예상보다 더 많은 호응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색다른 이벤트들을 통해 유저분들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판타지 카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마비노기의 판타지 카페는 게임 내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갖가지 관련 용품들로 꾸며졌고, 게이머들을 위한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했다. 판매되는 음료들의 가격대는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다.

마비노기 팬들을 위해 준비된 매장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주말에는 입장을 몇 시간씩 기다려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마비노기 팬들에겐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처럼 마비노기 판타지 카페는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게임 홍보 효과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마비노기 판타지 카페의 성공사례를 보며 다른 게임에도 이런 비슷한 장소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캐릭터가 다양한 리그 오브 레전드나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보유한 블리자드 게임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인기게임의 캐릭터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e스포츠 리그 결승전이나 지스타 같은 게임박람회 때 진열된 것들을 구경하거나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온라인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제품구매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문화가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온라인이 아닌 일상의 오프라인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가 힘들다.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디자인샵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때 수출규모가 훨씬 크다고 자부하는 게임산업의 캐릭터들은 모니터 안에만 존재했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모니터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몰라도 티모의 얼굴은 알 수 있어야 한다. 게임 캐릭터가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대체로 부모 세대)에게도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게이머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때 모일만한 공간이 PC방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번 PC방에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마비노기 카페처럼 게임 팬들이 모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있다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대화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을 테고, 길드나 클랜의 정모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e스포츠 경기 관람 장소로도 적합하다. 경기장에 가지 못했거나 해외에서 대회가 열릴 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팬들은 얼마든지 발걸음을 할 것이다. 팬들의 열성적인 모습은 블리자드가 주최했던 바크래프트나 도타2 디 인터내셔널 관람을 위한 넥슨 아레나 개방 때에 이미 증명됐다. 꼭 e스포츠의 성지가 용산이나 강남일 필요는 없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합성 이미지(좌)와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한 장면(우)
구매욕을 자극하는 합성 이미지(좌)와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한 장면(우)
게임과 함께 성장해온 2~30대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상품 한두 개쯤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췄다. 그러나 없어서 못 살 때가 많다. 종종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올 땐 어김없이 지갑을 연다.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에 나온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라는 말이 괜히 유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임사가 반드시 캐릭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려 수익을 내거나 부수적인 사업을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듯 게임이 대중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선 대중에게 먼저 다가서야 한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밴드 혁오가 아는 사람만 아는 인디밴드에서 전 국민이 아는 밴드로 재탄생한 것도 사람들을 찾아오게 한 것이 아니라 TV를 통해 대중에 먼저 다가갔기 때문이다. 물론 홍보효과의 파급력에 차이가 있지만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비노기 판타지 카페는 규모는 작지만 게임이 대중에 녹아드는 좋은 방법을 제시했고, 충분히 응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이미지 메이킹만 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게임이 먼저 모니터 바깥세상으로 나갈 때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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