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게임은 이용자들의 편차가 명확한 게임입니다. 고수 이용자들과 초심자들의 실력 차이는 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로 인해 최고수들간의 FPS 게임 e스포츠 대회와 일반 이용자들의 플레이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감이 존재합니다.
좀비 매치는 일반 이용자들이 눈높이에 맞춰 진행한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게임의 기본 바탕에서 다소 벗어난, 초심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좀비 모드를 바탕으로 대회를 기획한 것인데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테러리스트 진영과 이를 저지하는 반대편의 싸움을 기본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이었습니다. 좀비 매치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팬들이 현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특히 결승전이 치러진 8월30일에는 대회가 열린 넥슨 아레나의 1층을 가득 메운 것도 모자라 2층 객석까지 매진 사례를 이뤘습니다. 현장을 다소 늦게 찾은 일부 관람객들은 자리가 없어 돌아가기까지 했습니다. 천상계 고수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두의 대회였다는 방증입니다.
좀비 매치는 FPS 대회의 새로운 보는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규 대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원 샷 원 킬의 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일반적인 FPS 게임 대회의 경우 실시간으로 킬 발생 상황을 시청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쉽지 않지만 좀비 매치는 다릅니다.
좀비와 인간으로 진영이 육안으로 명확히 구분되며 킬 발생 상황도 전달하기 용이합니다. 좀비의 맷집이 수십 발의 총알을 견뎌낼 정도이고 인간은 맷집이 약한 대신 좀비가 사용할 수 없는 다양한 총기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비의 추격과 인간의 도주 내지는 집중 사격 구도가 자주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5명의 소총수가 한 곳에 모여 몰려오는 좀비를 향해 일제 사격을 퍼붓는 모습은 일반적인 FPS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좀비 매치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진영에 따른 고착화된 전략과 좀비와 인간 진영간의 밸런스 배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비 매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정기적으로 대회가 열린다면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