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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온라인3 극장] 양진협은 어떻게 얼음을 깨뜨렸나

[피파온라인3 극장] 양진협은 어떻게 얼음을 깨뜨렸나
우리는 종종 국제 대회에 출전한 운동선수 혹은 큰 무대에 올라 공연을 마친 연예인들에게서 '발이 땅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라는 표현을 듣곤 한다. 무대가 가진 가치를 알기 때문에 오는 긴장감과 나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의 오묘한 교차에서 압박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자신의 실력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에서 이 얼음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깨야 함은 필수 과제이다.

아디다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시즌 2 조별 예선을 통과한 양진협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손이 떨려 제대로 컨트롤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양진협은 조별 예선 첫 상대인 정세현과의 경기에서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하며 패배했다. 양진협의 발이 땅에 얼어붙은 시점이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B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양진협.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B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양진협.

하지만 속해있는 세 선수가 총 22골이라는 골잔치를 벌인 B조 최종 승자는 결국 양진협이었다. 양진협은 정세현과의 첫 경기를 패배했지만 김강을 두 번 잡아냈고, 정세현과의 리턴 매치에서 복수에 성공하며 골 득실에서 앞선 B조 1위로 당당히 8강에 진출했다. 양진협은 어떻게 얼음을 깨뜨렸을까.

◆ 수비만 잘해도 기본은 한다
경기가 안 풀릴 때 허점은 수비에서부터 드러난다. 수비는 개인 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공격과 달리 선수 간의 유기적인 팀 전술로 운영되기 때문에 팀 전체적인 호흡이 맞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기 마련이다.




◇승강전을 통해 시즌을 임하는 각오를 밝힌 양진협.

앞선 경기에서 양진협이 정세현에게 패배할 때도 결국 미세한 수비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골을 허용하는 장면만 짚고 넘어가 보자. 정세현의 진영에서 공격이 끊긴 이후 우물쭈물하는 사이 압박이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린 양진협은 상대의 스루패스 한 번에 일자 수비라인이 그대로 무너지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두 번째 골을 내줄 때에는 수비에서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정세현이 먼 쪽으로 긴 크로스를 올린 상황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퍼디난드가 헤딩에 실패했고, 뒤에 위치한 루카 토니에게 너무나 쉽게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탄탄한 기본기로 정평이 난 양진협이기에 더욱 해서는 안될 실수들이었다. 전반전 막판 판데프의 왼발 감아 차기가 상대의 골 망을 흔들었지만 결국 후반전도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일관하면서 조별 예선 첫 경기를 패배로 시작했다.




◇양진협과 김강의 12강 B조 조별 풀리그 3경기

양진협은 김강과의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 전반전까지도 공격 시 완벽한 기회를 만들고자 무의미한 횡패스를 계속 시도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정세현과의 경기와 확실히 달라진 것은 수비 지역에서의 안정감이었다.

얼리 크로스를 장기로 변수를 가져가는데 능한 김강의 측면 공격수들을 저메인 존스와 라모스가 각도만 좁히며 영리한 수비를 해냈다. 퍼디난드와 하이코 베스터만으로 이루어진 중앙 수비도 앞선 경기에서처럼 자잘한 실수 없이 상대 이브라히모비치와 끝까지 경합을 벌여 슛의 타점이 정확하게 맞지 않도록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수비에서 손이 풀리자 양진협은 공격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중원에서 공을 돌리던 양진협은 제라드를 기점으로 즐라탄과의 원투 패스에 이은 호날두의 전광석화와 같은 골을 기록했다. 제라드의 패싱 능력과 즐라탄의 키핑력, 그리고 돌아들어가는 호날두의 스피드까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그림 같은 골이었다.

한 번 분위기를 탄 양진협은 거칠 것이 없었다. 박스 안쪽 패스를 막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상대 수비수들을 확인하자마자 제라드로 벼락같은 중거리 슛을 때려 넣었다. 루카 토니의 추가 득점까지 성공한 양진협은 안정화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다득점에 성공하며 조별예선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정세현의 발목을 잡은 저메인 존스
김강이 부진한 상황에서 결국 B조는 양진협과 정세현의 5세트 경기가 조 1위를 결정짓는 승부처였다. 양진협은 첫 번째 만남에서 마르코스 로호와 저메인 존스를 양 사이드 백으로 기용했지만 정세현의 사기적(?)인 개인기에 호되게 당했다.




◇양진협과 정세현의 12강 B조 조별 풀리그 5경기

하지만 양진협은 두 번째 만남에서도 두 선수를 그대로 기용했다. 또한 양진협은 호날두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포지션 편집을 통해 공격 지역까지 올리면서 정세현의 전방 게겐 프레싱에 숫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렇게 수비 숫자에서 밀리지 않으면 양쪽 사이드 백은 시간만 지연시켜도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월등한 개인기를 갖춘 정세현을 무리 없이 수비해낼 수 있었다.

특히 우측 수비를 맡은 저메인 존스의 활약이 빛났다. 현대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는 전술적 가치가 높아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요하면서도 무조건 활약을 해줘야 팀이 원만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포지션이다. 저메인 존스는 이 경기에서 이 모든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피파온라인3 극장] 양진협은 어떻게 얼음을 깨뜨렸나

수비에서는 정세현의 키맨(Key man)인 호날두를 공간 활용과 협력 수비를 통해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공격 시에는 날카로운 오버래핑을 선보였다. 정세현 입장에서는 역습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중원까지 이동해 공을 차단하거나 상대에게 달라붙어 패스를 지연시키는 저메인 존스가 얄미울 정도로 짜증 나는 존재였을 것이다.

양진협은 첫 경기 패배로 얼어붙었던 발을 수비의 안정화를 기반으로 결국 빠른 시간 내에 다득점에 성공한 것, 그리고 상대방 전술에 대응한 포지션 변화로 활약해줘야 할 선수가 살아나면서 깨뜨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김강을 완파하고 정세현과 골 득실을 역전시키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데일리e스포츠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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