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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서초구청의 궁색한 변명

세빛둥둥섬 미디어아트갤러리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결승전.
세빛둥둥섬 미디어아트갤러리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결승전.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이 오는 20일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열린다. 결승 주자인 CJ 엔투스의 한지원과 김준호는 생애 첫 국내 개인리그 우승을 위해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오래간만에 열리는 야외무대 결승이지만 장소 선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스타리그 결승 장소는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가 아닌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세빛섬에 위치한 예빛 미디어 아트 갤러리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스포티비게임즈는 시즌2에 진행하려했던 야외결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취소되면서 시즌3 결승은 반드시 야외에서 진행한다고 팬들에게 약속했기에 시즌3 결승 장소 대관에 큰 신경을 쏟았다. 예빛 미디어 아트 갤러리는 지난해 8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결승전이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스포티비게임즈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첫 결승전 장소 선정 과정에서 세빛섬 사업자와 동기간 세빛섬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서리풀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담당자는 스타리그 결승 개최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초구청에서 스포티비게임즈 측과 세빛섬 사업자 측에 서리풀 페스티벌과 일정이 겹치니 결승전을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스포티비게임즈가 시설 대관을 서초구청에 허가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빛섬 측에서 난색을 표시하며 결승전 장소 섭외를 처음부터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서초구청이 우려한 부분은 20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서초강산 퍼레이드가 스타리그 결승전과 겹친다는 것이다. 서초강산 퍼레이드는 오후 4시에 시작해 6시까지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서초구청 측은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가빛섬과 채빛섬을 대기실로 사용한다 밝혔고, 예술의 전당으로 가기 위해선 반포대로를 가로질러야 하는데 스타리그 결승이 진행되는 예빛섬과는 정 반대방향이다.

이 외에도 주변에 설치될 천막들이 많아 스타리그 관객이 몰릴 경우 통행에 불편이 우려된다고 했는데, 세빛섬 주변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세빛섬이 위치한 반포한강공원은 몇 천 명이 몰려도 전혀 통행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장소다.

스포티비게임즈는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기 위해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인 결승전을 30분 늦춘 7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는 조건까지 달았지만 서초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리풀 페스티벌 홈페이지에는 "서리풀 페스티벌은 서초구의 고품격 예술자원과 글로벌 문화콘텐츠를 결집한 축제로 K-컬쳐의 붐을 이어가는 한편,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화합과 새로운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올해 처음 열리는 축제"라고 설명이 쓰여 있다. 그러나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스타리그 결승 장소 대관이 취소됐고, e스포츠팬들은 외면을 당했다.

서초구 곳곳에는 서리풀 페스티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시민과 서초구민의 많은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는 많은 이가 함께 할수록 그 즐거움과 가치가 상승한다. 게다가 '글로벌 문화콘텐츠'를 내세운다면 e스포츠만큼 잘 어울리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

하지만 페스티벌 조직위에서까지 괜찮다고 했던 행사를 서초구청은 끝까지 반대했고, 그들이 내세운 주장은 당위성이 부족하다. 결국 서리풀 페스티벌은 내세우는 비전과 실제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서초구청의 페스티벌 홍보 메시지는 이렇게 들린다.

"서리풀 페스티벌에 놀러오세요. 단, 게임팬은 빼고…."

인정받는 문화가 돼야한다면 그만큼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스타리그 결승은 보란 듯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모객 현황으로 보고서 꾸미기 좋아하는 공무원들이 배 아파할 만큼 많은 팬들이 모여 스타리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후에 열리는 다른 e스포츠 경기들도 더욱 흥행해 서초동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가 서초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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