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베팅, 승부 조작이라는 단어는 e스포츠계에도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2010년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이 이뤄졌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마재윤, 진영수 등 유명 선수들이 연루됐고 공판을 통해 실형이 구형된 바 있다. 해당 선수들은 한국 e스포츠 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됐고 팬들은 배신감을 느끼면서 떠나갔다.
승부 조작이 이뤄졌다는 소식은 기업들이 e스포츠계에서 발을 떼는 이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서 기업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판단, 프로게임단 운영을 포기했고 후원사들 또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진행되던 개인리그 후원을 거절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e스포츠 업계이지만 승부 조작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2014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피미르' 천민기가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고 자백한 뒤 투신 자살을 시도하기면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한국 e스포츠 협회는 불법 베팅 사이트에 대해 자율적으로 신고를 받고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을 통해 제2의 승부 조작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위기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얼마 전에는 승부 조작 브로커가 유명 프로게이머에게 접근했다는 정황이 파악되면서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고 협회에 불법 베팅, 승부 조작을 위해 브로커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에 대한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협회에 접수된 정황에 따르면 브로커들 대부분은 e스포츠에 연관된 사람들이다. 전직 프로게이머나 지도자 출신 등 현역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을 정도로 안면이 있는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현직 게임단 지도자들에게도 접촉해 전략을 알려 달라면서 접근하는 등 대범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로농구를 통해 촉발된 위기 의식이 e스포츠계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심상치 않은 제보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에 일이 생기기 전에 차단하고 올라오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열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