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서머 시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승에 그쳐 최하위로 승강전에 임한 스베누는 새로 영입한 정글러 '플로우' 성연준의 멋진 활약에 힘입어 챌린저스 준우승 팀인 에버를 3대1로 제압했습니다.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아 강등 위기를 맞았던 롱주 IM은 챌린저스 우승 팀 다크 울브즈를 접전 끝에 꺾고 롤챔스 잔류를 확정했습니다.
결국 내년 스프링 시즌은 이번 서머 시즌에 출전한 10개 팀이 그대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롤챔스 하위권 팀들이 챌린저스 상위권 팀에 비해 우수한 전략을 갖췄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지만 리그가 보다 활기차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승강전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서머 시즌으로 되돌아가 생각해봅시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한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하위권 팀들은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 탈락이 확정돼 큰 의미 없는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승격과 강등 제도를 두는 이유는 상위 리그의 하위권 순위 싸움에 의미를 부여해 최하위를 피하기 위한 약팀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인데요. 롤챔스 승강전은 리그 최하위를 하더라도 승강전이라는 안전 장치를 통해 리그에 잔류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최하위를 면하기 위해 하위권 팀들이 사활을 거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최하위 3팀이 바로 강등되는 EPL에서 강등을 피하기 위해 피튀는 경쟁을 하고, 강등권을 벗어나 잔류를 확정한 팀이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이 기뻐하는 모습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입니다.
현재의 승강전 제도 아래서는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거나 초반 연패를 당해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에서 밀려나 하위권으로 처진 팀들의 경기는 중반 이후부터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다음 시즌을 대비하거나 강등전을 준비하는 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리그에서 전패를 당해 최하위에 머물더라도 승강전만 이기면 얼마든지 롤챔스에 잔류할 수 있는 구조니 말입니다. 이번 시즌 단 1승만을 거두고도 잔류한 스베누처럼 말입니다.
만약 최하위 팀이 무조건 챌린저스로 내려가도록 제도를 고친다면 어떨까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하위권 팀들의 경기도 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등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탈꼴찌 경쟁이 상위권 팀들의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 못지 않은 명승부를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롤챔스에서 강등 팀이 나온다는 말은 챌린저스 우승 팀에게 롤챔스 승격 권한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승 팀 롤챔스 직행이라는 특권은 챌린저스 참가 팀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챌린저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롤챔스 시드와 롤드컵 서킷 포인트가 동시에 주어지던 예전의 NLB처럼 말입니다.
챌린저스 우승 팀에게 롤챔스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면 매 시즌 새 얼굴의 가세로 리그가 더욱 뜨거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시즌 아나키처럼 말이죠. 화끈한 공격 일변도 전략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킨 아나키는 롤챔스 서머 시즌 큰 활력소가 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챌린저스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롤챔스에서 활약한던 팀과의 피할 수 없는 강등전을 치러야만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승격과 강등이 발생할 거라고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새 얼굴의 등장도 요원한 일이겠죠.
물론 강등당하는 팀 관계자와 팬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한 시즌 부진했다고 바로 강등하는 것이 너무 매정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등이 발생하지 않는(또는 어려운) 승강전을 이어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북미와 유럽은 이번 시즌 챌린저스 우승 팀에게 내년 LCS 스프링 직행 티켓을 부여했고 LCS 최하위 팀은 챌린저스로 자동 강등시켰습니다. 챌린저 2, 3위 팀과 LCS 8, 9위 팀이 승강전을 벌였습니다. 중국은 LPL 하위 리그인 LSPL 상위 두 팀에게 차기 시즌 LPL 시드를 부여했고 LPL 하위 4팀과 LSPL 중상위권 4개 팀이 승강전을 벌여 단 두 팀만 살아남도록 했습니다. 최소 2개에서 많게는 4개까지 LPL에서 활동하던 팀이 하위 리그로 강등되는 구조인 것이죠. 반드시 다른 나라의 룰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유명무실한 승강전 개선 방안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