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경기, 역시 에이스결정전, 그리고 드디어 유영혁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결승부터 이어져 온 이재인과의 긴 승부와 몇 시즌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에이스결정전의 한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멋진 승부였죠.
특히 수차례에 걸쳐 강한 압박으로 위협해왔던 이재인과의 승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유영혁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모두 털어버리고, 마지막 결승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영혁vs이재인의 단판 승부. 유영혁의 탱크같은 공격력과 철벽같은 라인 싸움이 압권입니다.
이제 남아있는 결승 티켓은 단 한 장. KSF조의 솔라이트 인디고vs유베이스 알스타즈의 경기만이 남아 있습니다.
◆1세트, 스피드전
"솔라이트 인디고의 문호준과 전대웅이 초반부터 거친 압박을 피해 빠져 나갑니다. 장진형은 거친 몸싸움을 통해 알스타즈의 에이스 박준혁을 압박하고, 강석인은 본인의 주행에만 집중하며 6위 이상을 목표로 달립니다."
중계를 한다면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 경기도 솔라이트 인디고는 이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상대의 작전이 뻔하다면 그것을 깰 수 있는 파해법도 당연히 있을 법 한데, 인디고는 그 틈이 없습니다. 그만큼 개개인의 피지컬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개막전 경기에서 보여준 문호준의 '병마용 트리플 킬',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역전도 없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버리는 전대웅의 '무결점 주행'이 그 피지컬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현재 스피드전 통계를 살펴보면, 스피드전 평균 순위 TOP 10에 문호준과 전대웅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고민이 깊습니다. 미들라인에 집중하자니 선두권에서 1, 2위를 내주게 되고, 선두권에 집중하면 여지없이 장진형이 괴물같은 공격력으로 에이스를 저격합니다.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박천원 또는 최영훈이 장진형을 끌어안고 자폭하는 방법입니다. 사고가 적은 구간에서는 순위만 유지하고, 사고가 많은 구간에서 한판 승부를 보는 극단적인 전략이 되겠죠. 지난 주 CJ 레이싱이 보여줬던 '1위를 내주고 2, 3, 4위로 누적 승리를 가져가는' 전략도 예상 가능합니다. 이런 극단적 모험수가 가능한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이나 서안 병마용 - 병마용 진입 후 연속 헤어핀 구간
▶포레스트 대관령 - 피니시 라인 직전의 커브 구간
▶아이스 부서진 빙산 - 피니시 라인 직전 점프 후 착지 드리프트 구간
▶노르테유 익스프레스 - 중반부 갑자기 좁아지는 'ㄹ'자 탈출구간과 점프 후 부스터 구간
이 외에도 다양한 위험 구간들이 있겠지만, 역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이 트랙들입니다.
승리 확률은 솔라이트 인디고 80%, 유베이스 알스타즈 20%로 예상합니다.
◆2세트 1라운드, 팀장전.
2:2 아이템전으로 펼쳐지는 이 승부는 아이템전의 7라운드 중 첫 라운드가 됩니다. 지난 주 팀 106과 CJ 레이싱의 경기에서 무적으로 불리웠던 CJ의 김동은 팀장이 팀 106의 정연일, 엄지아 콤비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를 당하기도 했죠.
객관적인 전력과 기록은 지난 주와 비슷합니다. 솔라이트 인디고에는 전승 기록의 서주원 팀장이 있고, 유베이스 알스타즈에는 지금껏 단 1승, 나머지 전패를 기록중인 이동훈 팀장, 한세린 매니저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이나 상해 동방명주' 트랙을 스피드전 모드로 연습하고, 또 끊임없이 합을 맞춰 온 팀 106의 팀장, 매니저들처럼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대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선수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2세트, 아이템전.
인디고의 장진형, 문호준은 아이템전에서도 이은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자들입니다. 과거 이벤트전이나 팀 리그에서 보여줬던 그들의 아이템전 능력은 '우월함' 그 자체였고, 팀웍에서도 월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템전 최강자' 강석인으로 그들의 아이템전은 완벽해집니다. 지난 8강전 경기에서 보여준 강석인의 '자석 헤드샷' 장면은 이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알스타즈는 아이템전에서 특출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습니다.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연습된 팀웍을 통해 차근차근 승리를 가져왔던 팀이죠. 그리고 지난 리그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최영훈, 이다빈에게 녹아 있습니다.
개개인의 피지컬이 강력한 인디고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각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두의 방어적 주행, 미들 라인의 적절한 공격 타이밍과 자석 사용, 후방 지원의 천사, 우주선 사용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죠. 경기 중 목소리를 높여 파이팅을 외치고 상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승리 확률은 솔라이트 인디고 60%, 유베이스 알스타즈 40%의 예상입니다.
◆3세트, 에이스결정전.
물론 인디고는 강합니다. 문호준, 전대웅은 당대 최고의 라이더들이며, 장진형은 어느 팀에 가더라도 에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죠. 주행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강석인조차 개인리그(7차) 우승 기록을 가진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합니다. 지난 주 정연일 팀장이 김동은 팀장을 잡아냈고, 시즌제로 결승전에서 박인재는 유영혁을 상대로 1:1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유영혁은 두 번이나 패배를 맛봐야 했던 이재인을 에결에서 잡아내며 트라우마를 극복했죠.
그래서 에이스결정전 확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디고는 문호준, 알스타즈는 박준혁 카드를 꺼내 들겠죠. 경력, 경험, 실력, 멘탈 모두 독보적인 문호준을 상대로 박준혁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상대로 보여준 것처럼요.
이번 주 경기로 결승 멤버가 확정됩니다. 그리고 패배한 팀은 CJ 레이싱과 3, 4위전 경기를 맞이하게 되겠죠. 3년만에 문호준과 유영혁이 결승전에서 재회하게 될 지, 혹은 서주원 팀장과 김동은 팀장이 3, 4위전에서 끝내 마주치게 될 지. 결과는 토요일 오후 6시, 넥슨 아레나와 스포TV 게임즈에서 중계되는 '카트라이더 에볼루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