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특수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고, 일본과 대만의 장애·일반학생과 학부모도 참가한 '국제 장애학생 초청 e스포츠 교류전'도 함께 열렸다.
앞선 8월에는 희귀난치성질환 근육병을 앓고 있는 청년근육장애인들의 전국 소모임 '청년디딤돌'이 '한국장애인재단'의 후원을 받아 온라인으로 e스포츠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두 대회 모두 마구마구, 모두의마블, 하스스톤 등 대부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마우스만으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종목을 구성했다.
장애의 형태나 정도에 따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모두 다르기에 대부분의 장애인 e스포츠 대회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들을 종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게임은 신체적 활동이 크게 제한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가 중 하나다. 또한 게임을 통해 온라인 세상에서 어렵지 않게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기에 장애인에게 있어 게임이 주는 의미는 비장애인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하지만 간혹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프로 레벨의 실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피지컬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지난 2001년 서울에서 개최된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그랜드 파이널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 참가한 호주 국가대표 시너지 팀엔 휠체어를 탄 장애인 2명이 포함됐다. 그 중 'BigD' 라는 아이디를 썼던 선수는 손이 휘어 마우스를 움켜잡을 수조차 없는 중증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이스틱을 이용해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대결을 펼쳤다. 비록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당시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선수는 1년 뒤 피파 종목으로 다시 한 번 WCG 무대를 밟았다.
개인방송 플랫폼인 트위치TV에서는 양쪽 팔이 없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theREALhandi'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마이크 올손은 두 팔과 다리가 없는 기형아로 태어났다. 게임의 매력에 빠진 그는 게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짧은 팔과 코를 이용해 키보드를 두드리며 게임을 즐기고 있다.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현재는 프로게이머 못지않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11만 5천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 됐다.
이들은 장애인은 프로 레벨의 게임 실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주인공들이다. 당당하게 해냈고,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줬다. 비장애인에 비해 수십 배는 힘든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증명했다.
물론 자유도가 높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특수성도 한몫 했다. 조이스틱 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했고, 미리 입력해둔 콘솔 명령어로 어렵지 않게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장애인들이 게임을 조금이나마 편히 즐길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e스포츠 대회에서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길 원하고,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기본 입력키 세팅에 제한이 걸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키를 바꾼다고 해도 그 범위가 넓지 않고, 조이스틱 등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키 입력을 좀 더 자유로이 할 수 있고,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축키를 설정하게 하거나 조이스틱 같은 다른 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장애인들도 지금보다 다양한 게임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핸디캡을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것이다. 게임들이 조금 더 친절하고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게임 내 배려로 더 많은 장애인 게이머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어려운 조건 속에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겐 그것이 진정 평등한 게임세상이 아닐까 싶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