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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왕의 귀환을 막을 자

[기자석] 왕의 귀환을 막을 자
매번 방송에 잡힐 때마다 웃음을 줬던 선수가 있다. 분명 최고의 선수였지만 이상하게 관중 속에서 카메라에 잡히면 팬들과 중계진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그 조차도 사람들이 웃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당연히 웃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제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는 바로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유영혁이다. 문호준, 전대웅과 함께 '빅3'를 형성했고 유일하게 혼자서만 잠시도 쉬지 않고 카트라이더 리그에 꾸준히 참가했던 유영혁이었지만 신예들에게 자주 패하면서 유영혁은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영혁의 '흑역사'는 2013년에 시작됐다. 문호준이 참가하지 않은 팀 대회 리그에서 당연히 우승은 유영혁이 속한 팀에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승전에 유영혁은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해 박인재에게 일격을 맞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박인재가 유영혁에게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에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갈았던 유영혁. 그리고 다음 시즌 2014년 배틀로얄 시즌에서도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이제는 드디어 황제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마지 않았다. 또다시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으로 흘러갔고 상대는 아직 결승전 무대를 밟아 본 적도 없는 신예 이재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패배. 박인재에게 결승전에서 당했던 충격의 패배를 이번에도 또다시 당하고 만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있는 두 선수에게 연달아 패해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문 유영혁은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2015 에볼루션 시즌. 첫 경기에서도 유영혁은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아픔을 안긴 이재인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이후 유영혁은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선수들의 무시하는 듯한 인터뷰를 들어야 했다. 신예들은 유영혁을 붙잡고 늘어졌고 그때마다 씁쓸한 미소를 짓는 유영혁의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아마도 유영혁의 심정은 참담했으리라. 돌아온 황제 문호준은 박수갈채를 받는 상황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지킨 유영혁에게는 비웃음만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유영혁은 힘든 일을 겪으며 한단계 성장했다. 묵묵하게 남들의 놀림을 씁쓸한 표정으로 받아내던 유영혁은 4강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장본인 이재인을 넘어섰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한 것이다. 유영혁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재인을 꺾은 뒤 드디어 참았던 한을 풀어내듯 마음껏 포효했다. 강한 인터뷰를 지양했던 유영혁은 4강전이 끝난 이후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순간, 황제가 돌아온 바로 지금 유영혁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다.

사실 유영혁은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만년 2인자'라는 호칭을 받아야 했다. 문호준이 리그에서 사라진 뒤에도 정신력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유영혁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유리멘탈'이라는 불명예를 본인의 손으로 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재인을 꺾는 순간, 그동안의 무시와 설움을 한번에 터트리듯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 유영혁. 이제 진검 승부만 남았다. 황제 문호준과의 대결에서 유영혁은 3년 동안 갈고 닦은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틀을 깨고 한번 더 성장한 유영혁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왕의 귀환을 막고 스스로 왕이 되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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